시조집은 철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세태 비판적이고 그러면서도 해학적이다.
'촛불집회'라는 제목의 단시조는 다음과 같다. 전문이다.
'삶에 지친 사람들/ 야윈 어깨 맞대고// 갇혔던/ 울분들을/ 촛불로 피우고 있다// 인왕산/ 봉우리 보다 높게/ 불빛 첩첩/ 함성 첩첩'.
'후회'라는 단시조 작품 역시 대통령 발언을 비틀었다.
'"내가 이러려고/ 그녀에게 투표했나?"//알량한 양심 접고/ 도장 꾹 누른 손을// 단박에/ 자르고 싶어/ 절규하는/ 광장'.
탄핵소추를 가능케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방송사 'JTBC'가 제목인 작품도 있다.
'단두대 아래서 조여오는 압박감을// 기어이 떨쳐내고 전조등을 밝히자// 어둠이 무너져 내린다 민심이 폭발한다'.
'블랙리스트'라는 제목의 작품은 상징적이고 은유적이다.
'희디흰/ 목련꽃을/ 송두리째/ 꺾어버린// 세상 맑힐/ 음반에/ 코뚜레/ 묶어 놓은// 시그널,/ 환장할 세상/ 지직-거리며/ 잘도 돈다'.
세월호 사건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보도를 한 일본 산케이신문에 대해서는 아무리 잘못 했어도 한국 대통령을 문제 삼지 말라는, 양가감정을 드러낸다.
'"지덜이나 잘하지 남일 가꼬 지랄여? 어디서 일곱 시간 죽을 쒀도 우리 대통령이여! 아베나 잘하라고 혀! 왜 남 나라에 지랄여?"'. '산케이 신문에 대한 아주머니의 일갈'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감정노동자'는 요즘 이슈와는 별 상관 없는 '세태 시조'다.
'비울 것/ 다 비워서/ 이젠 더/ 비울 것 없다// 속 창시/ 긁어내고/ 웃고 있는/ 목어처럼// 오늘도/ 풍랑 앞에서/ 눈물겹게/ 반짝인다'.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한 시인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시조가 소개돼 있다.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고, 시조집 『아버지』『팽목항 편지』『군함도』 등을 냈다.
시조집 '서문'을 다음과 같이 썼다.
'선명하게 새겨지는 역사의 복판에서 촛불을 든 232만 명의 민중이 소리쳐 묻고 있다. "이게 나라냐?"'.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