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진 양은 이날 생존 학생들은 참사 당시 구조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한다며 "배가 기울고 한 순간에 물이 들어와 머리 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고, 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구조해달라고 직접 요구를 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저희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고, 구하러 온다고 해서 정말 구하러 올 줄 알았다며 "그런데 저희는 지금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게 됐고 앞으로 평생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무대 위에 오른 학생들은 당시의 상황이 다시 떠오르는 듯 슬픔에 잠긴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처음엔 유가족 분들을 뵙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며 "고개조차 들 수 없었고,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이며 어떤 원망도 다 받아들일 각오도 했었다"고 밝혔다. 당시 컨트롤 타워의 부재 등 현장 구조체계의 부실로 인해 벌어진 참사였지만 도리어 피해자인 학생들이 죄책감을 느꼈던 것이다.
"3년이나 지난 지금,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쯤이라면 그래도 무뎌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괜찮지 않았을까 싶으실 겁니다. 단호히 말씀 드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페이스북엔 여전히 친구들과 가족들의 인사와 안부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장 양은 "답장이 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꺼져있을 것을 알면서도, 받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괜히 전화를 해본다"며 희생된 친구들을 그리워했다.
이날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논란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통령의 사생활이다, 그것까지 다 알아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며 "대통령의 사생활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받고 지시해주었더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대신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주었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9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00일이 되는 가운데 여전히 9명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그리고, 미수습자들의 가족 중 일부는 여전히 진도 팽목항의 가건물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장소에서 여전히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014년 11월, 수색작업이 종료된 이후 이들에겐 선체 인양이 실종된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상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세월호 인양 공정은 75% 가량 진행됐다. 해수부는 오는 3월 중순께 각종 준비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작업들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