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촛불집회로 직접 참여 공간이 열리면서 반대 진영에 대한 분노·적개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이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욕설이나 거짓 문자 등은 문제지만 문자를 발송하는 행위 자체, 18원의 정치를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과거 고비용 동원정치에서 자발적으로 여론이 결집되는 저비용 스마트 민주주의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하는 의원들은 “살려 주세요” 라는 하소연을 연발하고 있다.
문재인 비판한 비문계 의원
항의성 후원금 18원 쏟아져
공격적 적대감 표출 우려 속
‘저비용 스마트 정치’ 평가도
“직접 정치 참여 제도화 필요”
덴마크에 ‘정유라 결백’ 메시지…김부겸에겐 ‘문자 3100통’
앞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도 지난해 촛불정국 때 번호를 교체해야 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탄핵정국 당시 “탄핵안을 12월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는 힘들다”고 했다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 하루 만에 2만 개의 문자 폭탄을 받았다.
문 전 대표 공식 팬클럽 ‘문팬’의 운영진인 김기문씨는 본지 통화에서 “(문자 폭탄은) 팬클럽 차원의 조직적·집단적인 공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가수 조영남씨 그림 표절 논란 당시 익명의 네티즌들에게 공격당한 뒤 6개월째 SNS상에서 절필 중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도 신중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당해서는 안 된다”며 “18원 후원금 등이 싫은 의원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논란과 관련,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의 자발적인 참여 욕구가 대의제를 훼손하지 않도록 유권자의 제안을 수용하는 국민발안제 같은 직접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앞서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 당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사전 공모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18원 후원금과 문자 폭탄 공세를 받고, 특위 위원 및 간사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최근엔 민주당 개헌 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았던 비문(非文)계 의원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보고서를 비판했다가 ‘18원 후원금’ 세례를 받았다. ‘국회개헌반대’란 예금주는 1원과 17원을 나눠 입금하기도 했다. 문자 폭탄 중엔 해외로 향하는 것도 있다. ‘일간베스트(일베)’에는 “유라 정은 정말 결백하다. 한국 검찰과 언론은 믿지 말라고 덴마크에 문자를 보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타깃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구금돼 있는 덴마크 검찰청 사이먼 고스비 공보관이었다. 게시글을 올린 일베 아이디 ‘2bay’가 고스비 공보관의 연락처를 알려 주자 다른 일베 회원들이 호응했다. 고스비 공보관은 본지 통화에서 “기자냐, 시민이냐”고 되물어 한국에서 다수의 전화가 걸려 왔음을 시사했다.
정효식·위문희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