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충분한 검증 없이 제조·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발생시켰다”며 “심지어 제품에 ‘아이에게도 안심’ 등의 문구를 표시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게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 신현우 전 대표 과실치사 유죄
“검증도 안 하고 안전하다고 광고
피해자 원인도 모른 채 극심한 고통”
살균제 사태 공론화 5년 만의 판결
존 리 전 대표에겐 “증거 불충분” 무죄
방청석 “양심은 알고 있겠지” 탄식
다만 법원은 신 전 대표의 혐의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사기 등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신 전 대표는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최고 법정형인 7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고의로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편취할 의도가 인정돼야 하지만 신 전 대표 등은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을 막연히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전 대표의 후임이었던 존 리(48) 전 대표에게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리 전 대표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외국계 임원들의 검찰 조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거라브 제인(48·인도) 전 옥시 대표는 한국 검찰의 소환 요청에 불응하고 ‘잘 몰랐다’는 내용의 서면답변만 했다.
방청석에선 크고 작은 탄식이 나왔다. 5년 전 두 살짜리 딸 최다민양을 잃은 김아련(40)씨는 피고인석을 향해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네 양심은 알고 있겠지”라고 소리쳤다. 마스크를 쓰고 있던 몇 명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임군은 흐느끼는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이날 법원은 함께 기소된 세퓨의 오모(41) 전 대표에게 징역 7년,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은 김원회(62)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노병용(66) 전 롯데마트 대표에겐 금고 4년형이 내려졌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은 하지 않는다. 옥시·세퓨·홈플러스 세 회사에는 양벌 규정에 따라 벌금 1억50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배출가스 조작’ 폴크스바겐 임원 실형
윤씨는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폴크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와 연비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인증서를 발급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윤씨의 범행으로 역사가 깊은 브랜드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변조된 시험성적서로 인증받은 차종들에 대해 대규모 인증 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등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피해가 야기됐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