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좌장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인적 청산’을 추진하고 있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탈당을 요청하며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했다. 전날 “종양의 뿌리를 없애면 된다”며 인적 청산 대상을 친박계 핵심들로 압축한 인 위원장을 향해 반격에 나선 양상이다. 서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인 위원장은 ‘거짓말쟁이 성직자’”라며 “무법·불법적으로 당을 파괴하고 있는 인 위원장이야말로 당을 떠나라”고 공격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탈당을 요구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그는 “(인 위원장이) 새로운 패권주의로 국회의원들을 전범으로 분류하고 정치적 할복자살을 강요하고 있다”며 “‘인민재판식 줄세우기’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는 것과 같은 공포정치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장이 폭군과 다름없다”는 말도 했다. 서 의원은 특히 “인적 청산은 하지 않겠다”던 인 위원장의 약속을 공개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커 성직자를 모셔 왔는데 정치인보다 더한 거짓말 솜씨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한 당을 외면하고 떠날 수 없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통성 있는 진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거짓말쟁이, 폭군, 할복 강요” 맹비난
친박 핵심 정갑윤은 두번째로 탈당
인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어디 일자리라도 구해야겠네”라며 받아넘겼다. 그런 뒤 “사실상 (내가 아닌 서 의원) 본인이 (정치적으로) 자진 사퇴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지원 약속설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서청원 전 대표께서 말씀하신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와 박맹우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인 위원장에게 자신들의 거취를 맡기기로 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탈당 등 어떤 처분을 받더라도 모두 감수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 의원 회견에 앞서 친박 중진인 5선의 정갑윤 의원은 새누리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지난 2일 이정현 전 대표의 탈당에 이어 두 번째 친박 핵심 의원의 탈당이었다. 두 의원의 탈당계가 수리되면 새누리당 의석은 97석으로 줄어든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도 통화에서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위임했다”고 밝혔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상직·곽상도 의원 등도 백지위임의사를 전해 왔다”고 했다. 친박계 의원들 간에 공동 대응보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글=박성훈·백민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