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모녀는 우선 최 전 총장과 총장실에서 만났다. 이에 대해 최 전 총장은 “통상적인 인사와 함께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만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이들 모녀는 신산업융합대학장실로 김 전 학장을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학장은 정유라씨가 소속된 체육과학부의 이원준 학과장과 이경옥 교수를 소개해 줬다. 이대는 지난해 체육과학부와 의류학과 등 6개 학과를 편입해 신산업융합대학을 신설했다. 그러나 김 전 학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의 요청으로 해당 학과 교수와 강사들에게 정유라의 출석 및 학점을 관리하라고 지시한 바 없느냐”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한 적이 없다. 학점 부여는 교수 개인 권한”이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김병욱 의원, 교육부 감사 자료 공개
정씨, 작년 4월 지도교수 경고 받고
다음날 최순실과 함께 총장 만나
김경숙 당시 학장이 학과장 등 소개
학과장은 교수 불러 학점 관련 상담
김 의원 “교수들 조직적으로 특혜”
최씨가 정유라씨의 지도교수였던 함모 교수를 찾아가 폭언한 것도 이날이다. 함 교수는 전날 정씨에게 전화해 “출석이 불성실하면 학사경고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렸고, 이를 들은 최씨가 함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폭언을 했다. 이날 다시 함 교수를 찾아온 최씨는 또 막말을 하고 고성을 질렀다. 앞서 학장, 학과장 등과의 만남에서 뭔가 특혜를 약속받았기 때문에 지도교수인 함씨에게 재차 막말을 한 것이 아니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감사 과정에서 이러한 면담 사실은 확인했으나 특혜 의혹을 입증할 만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김태현 감사총괄담당관은 “감사 당시 이 학과장이 불러서 온 강 교수와 서 강사가 최씨 모녀에게 ‘국제대회 참가로 해외에 자주 가니까 리포트를 잘 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는 정도의 진술만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담당관은 “김 전 학장이 학과장까지 부르고 교수들이 별도 상담까지 했다면 학점 취득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에선 관련 교수들이 이 같은 의혹을 부정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이대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씨 모녀가 이대 교수들을 번갈아 만난 정황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감사 개시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등 떠밀리듯 감사를 시작한 것처럼 교육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석만·남윤서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