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말농장 안 가도 누구나 도시농부…관악구 신림동에 작은 농촌 생긴다

중앙일보

입력 2017.01.04 03:00

수정 2017.01.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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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시민들이 직접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시농업공원’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들어선다. 서울시와 관악구는 3일 “신림동 광신고교 인근에 1만5000㎡(약 4500평) 규모의 도시농업공원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업 체험에 중점을 둔 도시농업공원이 서울시에 조성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10월까지 2년여에 걸쳐 공원을 완성한다는 계획이 만들어졌다. 총 사업비는 56억여 원으로 다음 달 설계용역을 시작해, 올 9월부터 본격적인 공원 조성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공원 부지는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유휴 공간을 활용한다.
이 도시농업공원은 곳곳에 있는 주말농장에 비해 더 많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간이라는 특성이 있다. 통상 주말농장은 신청을 거쳐 선정된 일부 시민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반면 농업공원은 주말농장처럼 텃밭을 갖추고 있지만 텃밭을 가꾸지 않는 시민들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논·밭 경작 체험원, 양봉 교육장, 농활을 엿볼 수 있는 농가주택(전시장), 씨앗키움장(채종원) 등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관악구는 공원 인근에 500m에 이르는 둘레길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강감찬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들. [사진 관악구]

오성훈 관악구 공원녹지과 도시농업팀장은 “도시농업공원 조성 사업은 많은 시민들이 주말농장 등 텃밭 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농촌이 주는 정서적 푸근함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기획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관악구에는 지난해 8월 개장한 강감찬 주말농장(1만260㎡·500가구 이용)과 낙성대 주말농장(1500㎡·150가구 이용) 등 총 3곳의 주말농장이 있다. 이들 주말농장의 경우 이용자 모집 때마다 3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시와 관악구는 이번 도시농업공원을 통해 나눔과 시민참여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강감찬·낙성대 주말농장 이용자 중 126가구는 그 해 11월 자신들이 한 해 동안 가꾼 배추 500포기와 무 1t을 저소득층을 위한 김장 행사에 기부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를 이용해 담근 김치를 저소득층에 전달했다.

청룡산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들. [사진 관악구]

오 팀장은 “도시농업공원 조성을 통해 관악구가 농업이 가능한 청정 지역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관악구=고시촌’이라는 인식을 다소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농업공원 인근에 마련되는 양봉시설은 시민들의 산책에 방해 되지 않는 곳에 들어선다. 관악구는 관악산에 인접한 지역 특성을 강조하고자 지난해 5월부터 주말농장 주변에 양봉장(벌통 20개 규모)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지난해엔 이 양봉장에서 벌꿀 250㎏을 수확해 구청 홍보용으로 사용했다. 올해는 벌꿀 생산량을 늘려 ‘관악산 꿀벌의 선물’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서울 첫 농업공원 내년 10월 완공
광신고교 뒷편에 1만5000㎡ 규모
추첨 없이 시민 모두가 농사 참여
경작·양봉·씨앗키우기 체험장에
녹지 누리게 둘레길도 만들기로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