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시절 트럼프는 추진 중이거나 이미 체결된 다양한 자유무역협정을 비난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이 “10만 개의 일자리를 소멸시킨 재앙”이라고 주장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 근로자들의 이익을 적절히 보호하지 않는다고 일갈했으며, 기존의 무역협정을 재협상하되 재협상 노력이 성공하지 못하면 협정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무역 파트너들, 특히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미국 법규들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 ‘트럼프 무역 독트린’은
자국에 유리한 협정만 유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투자가
한국기업 목소리 확보할 길
이러한 수사법은 그저 표를 얻기 위한 허세가 아니었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을 지키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승리 이후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고 현재와 같은 구조의 TPP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비난을 재개했다. 그는 또한 미국에 해를 끼치는 무역 관행을 실행하고 있는 모든 나라를 가혹하게 다루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엄격한 협정 시행과 관세 인상 조치를 계속 옹호하고 있다. 사실 그는 이미 중국이 위안화를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해 무역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환율조작국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이 모든 사안들을 다루겠다는 태세다.
트럼프 당선인의 다른 각료 임명도 그의 선거 캠페인 수사의 일반적인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윌버 로스를 상무장관으로 임명한 게 좋은 예다. 투자자인 로스는 기존 무역협정들이 무역 불균형 문제를 다룰 수단을 미국에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협정의 결과가 미국 사업에 유리하지 않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KORUS를 포함해 기존 무역협정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공격할 뿐만 아니라, 협정을 자동적으로 검토하고 잠재적인 무역 불균형을 다룰 ‘5년 회고(five-year lookback)’ 조항이 포함되지 않는 무역협정은 체결하지 말라고 트럼프 당선인에게 권고했다. 마찬가지로 백악관 수석고문으로 트럼프가 임명한 최측근 스티브 배넌은 자칭 포퓰리스트인 투자자로 정기적으로 미국 내 자유무역 지지자들을 ‘글로벌리스트(globalist)’라고 비난한다.
이러한 사태 전개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세적인 협정 이행을 위해 무역 자유화를 탈피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조다.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대미(對美) 투자를 통한 경제 유대 강화 등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무역 환경에 대응하는 조처들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는 주(州) 등 지역정부 관리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인 호의를 이끌어낼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또 미 의회 지도자, 규제 담당자들과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존의 시설, 고객, 미국 내 비즈니스 인맥을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미국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중요한 경제적·전략적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주도적인 활동을 미국 정책 결정자들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전개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런 목소리를 확보해야만 트럼프 무역 정책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응하기 시작할 수 있다.
김석한 변호사·미 워싱턴DC 소재 아널드&포터 수석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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