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특검팀은 류 교수의 조교 등을 조사하면서 “류 교수의 지시를 받고 정씨에게 학사 편의를 제공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특검팀은 류 교수가 현직 신분이어서 의혹에 연루된 학교 관계자들과 말을 맞추거나 자료를 폐기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6시쯤 그를 긴급체포했다.
특검 긴급체포…업무방해 혐의 영장 청구
조교에 대리시험 지시…이씨는 혐의 부인
이씨, 작년엔 “정씨, 최순실 딸인지 몰라”
체포 뒤 “최씨 누군지 알고 있었다” 진술
이씨, 박근혜정부 문화융성위원 등 맡아
97년 소설 『인간의 길』 박정희 미화 논란
특검팀 관계자는 “류 교수가 ‘정유라가 최씨 딸이고 최씨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리수강 및 시험 관여 등 주요 혐의에 대해선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특검팀은 류 교수와 최씨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조사해 다음 단계의 수사로 이어갈 계획이다. 류 교수가 최씨로부터 딸의 학교 성적과 관련해 모종의 청탁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어떤 경로였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이 사건을 먼저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정유라씨 수사를 위해서는 그가 직접 행한 범죄, 즉 대리시험 등과 관련한 공범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류 교수가 선제적으로 체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류 교수는 최씨 모녀가 이화여대를 좌지우지하는 데 중요한 고리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류 교수는 ‘이인화(二人化)’라는 필명의 소설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이어 92년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로 제1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명성 덕분에 류 교수는 박사 학위를 받기도 전인 95년에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초빙됐다. 이후 97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국 근대사를 다룬 장편 역사소설 『인간의 길』로 박정희 미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 등을 역임했다.
특검팀은 정씨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류 교수 이외에 연루된 교수들도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정씨의 입학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인물들은 대부분이 수사 대상이며 최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전방위적인 특혜 제공 의혹은 앞서 교육부 감사(11월 24일)에서 드러난 상태다. 신분상 조치가 요구된 이화여대 인사는 28명이며 최씨 모녀를 포함해 수사 의뢰 또는 고발된 사람은 17명이다. 류 교수도 교육부의 경징계 권고와 함께 수사 의뢰됐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중 최경희(55) 전 이화여대 총장 등 관련 인사를 소환할 방침이다.
글=현일훈·김나한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