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에서 한국 제조업의 갈 길을 찾다
철을 부리기 위한 기본 세 요소는 3000년간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를 맡고 있는 최규택 공장장이 궁극적으로 눈여겨보는 것도 이 세 가지다. 최 공장장은 “세계 최고의 자동화 고로에 온 걸을 환영한다”며 통제실을 공개했다. 120여 개의 모니터와 수십 대의 컴퓨터, 제어시스템이 빼곡한 통제실 뒤 벽면은 김홍도의 대장간이 장식하고 있다.
공장에 사물인터넷 장치 부착
데이터 분석 공정·결함 해결
원가 줄이고, 설비 수명 늘려
“굴뚝산업 생존하기 위해선
IT와 결합된 체질 개선 필요”
후판제품은 공정이 진행되면서 길이와 모양이 수시로 바뀌는 특성이 있다. 이를 바로잡으며 작업을 해야 하는데 제조공정을 진행하면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엔지니어가 결함 이유를 분석해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명쾌한 해답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각 설비에 사물인터넷(IoT) 장치를 부착하고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자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결함이 생기면 이전 공정의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해 원인을 찾아냈다. 원인을 제거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위험이 줄어든다. 결국 제조원가는 낮아지고 설비 수명도 연장된다.
특히 사이버상에서 실제에 가까운 신제품 테스트가 가능해진다는 점에 기대를 품고 있다. 철강산업은 신제품 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 업종이다. 값싼 테스트 공정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철소에서 모인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가상의 공장에서 3D 기술로 설비를 배치하고 첨단 제어 알고리즘과 공정기술을 접목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면 훨씬 다양한 신제품 실험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포스코의 스마트 제철소 실험은 제조업 생존 전력의 일환이다. 산업 전반에 불어닥친 정보기술(IT) 융합이란 패러다임 변화에서 철강산업 같은 굴뚝산업도 살아남기 위해선 스마트화 기술 도입은 생존을 위한 기본이 됐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제조업체마다 스마트 공장 실험을 많이 하지만 무엇을 위한 스마트화인지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 각 제조업체에 따라 목표가 운동량을 측정하는 스마트화된 신발 생산 혹은 IT를 집약한 특정 제품일 수 있다”며 “이런 시도를 하지 않는 업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조업체의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광양=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