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마지막 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크리스마스 캐럴 속에서 울려퍼졌다. 31일 오후 6시부터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9차 대구시국대회엔 20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박근혜 구속' '새누리당 해체' '재벌 해체' 등 내용이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행사장 한쪽에는 "박근혜가 해야 할 사과를 저희가 대신 드리겠다"며 사과를 나눠줬다. 박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의 '송박영신(送朴迎新)' 떡을 돌리기도 했다.
농민 김실경(78·경북 구미시 고아읍)씨는 "집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으니 속에 천불이 나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쌀값 21만원으로 올려주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고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한일군사보호협정이나 맺는 이 정부는 과연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진(57·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체제 개혁을 사람들이 열렬히 원하기 때문에 촛불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프랑스혁명이나 러시아혁명과 같은 유혈 혁명이 아닌 평화적 '촛불시민혁명'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모습이 놀랍다"고 말했다.
오후 8시쯤까지 이어진 자유발언에 이어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로 주변 5㎞가량을 행진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