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풀어 지역 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규제프리존(free zone)’ 정책이 1년간 허송세월하다 또 해를 넘기게 됐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국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데다 시민단체 등이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고 반대하면서 관련 법안은 제대로 심의조차 안 됐다. 결국 정부는 물론 국회도 국민과의 약속을 외면한 꼴이 됐다.
드론·자율주행차·태양광·수소전지
규제 푸는 특별법안 국회서 낮잠
14개 시·도 지역 전략산업 차질
야당 반대에 탄핵정국 겹쳐 해 넘겨
최순실 사태 이후 시민단체와 야권은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박근혜-최순실-전경련’의 합작품으로 일부 재벌에 특혜를 주기 위한 법”이라며 다시 낙인을 찍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1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을 심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활동 등을 이유로 안건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내년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 조기 대선 정국과 겹치면 특별법 제정이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쟁점이 없는 법안이다.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기재위원장인 조경태 국회의원 측은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라도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규제프리존을 기대하고 전략사업을 준비했던 각 시·도는 답답해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프리존 마련을 통한 정부 재정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탄소·농생명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택한 전북은 국가 식품클러스터·민간 육종 연구단지를 활용해 농업벨트를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최병관 전북도 기획관리 실장은 “이 같은 사업으로 향후 일자리 1000개 이상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가능한 사업”이라고 했다.
김정윤 강원도 지역협력 담당은 “대관령 일대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행위제한 완화 등이 이뤄져야 관광산업 등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했다. 송석두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규제프리존 사업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나머지 지역의 경제를 살려보려는 의도로 출발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경제·민생 관련 법안이라도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전주·대구=김방현·김준희·김정석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