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올해의 영화
연말을 맞아 magazine M 기자들이 흥행 성적이나 수상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영화를 세 편씩 꼽았다. 2016년 국내 개봉 영화를 기준으로, 철저하게 기자 6인의 개인적 취향과 감성을 반영해 골랐다.
이글이 magazine M 독자들과 나누는 진심 어린 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기자들이 묻는다. 당신이 꼽는 ‘올해 최고의 영화’는 무엇인가.
싱 스트리트 | 존 카니 감독 | 5월 19일 개봉
질풍노도의 감정을 음악으로 승화하는 두 소년. 그 모습에서 10대 시절의 나와 내 ‘절친’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무언가를 쓰고 그리고 찍고 만드는 일을 동경했다. 음악 하며 살기를 꿈꾸던 친구는 여전히 곡을 쓰고 있으며, 영화를 사랑하던 나는 여전히 영화와 헤어지기 싫어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
전작 ‘원스’(2006) ‘비긴 어게인’(2013)과 마찬가지로, ‘싱 스트리트’에서도 존 카니 감독은 삶의 찬란하고 가혹한 순간을 동시에 묘사한다. 코너의 첫사랑 소녀 라피나(루시 보인턴)는 행복과 슬픔이 뒤섞인 상태를 “행복한 슬픔(Happy Sad)”이라 표현한다. 이 말이야말로 카니 감독의 영화와 나의 경험을 적확하게 묘사한 단어가 아닐까.
밤마다 ‘이불킥’하게 만드는 짝사랑 흑역사도, 혹독했던 ‘취준생’ 시절도 지금 돌이켜 보면 쓰고 또 달다. 그래서일까. 폭풍과 격랑에 뛰어든 코너와 라피나 커플의 엔딩 시퀀스는, ‘두 사람은 오랫동안 행복했을까?’ 같은 순진한 의문을 일거에 불식시킨다. 아무래도 좋다. 혹시라도 그들이 결별했다면, 아마 삶의 우여곡절을 하나 더 넘어섰다는 의미일 테니까. ‘싱 스트리트’는 말 그대로 내게 ‘인생 영화’다.
사울의 아들 | 라즐로 네메스 감독 | 2월 25일 개봉
헤이트풀8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1월 7일 개봉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