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올해의 영화
연말을 맞아 magazine M 기자들이 흥행 성적이나 수상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영화를 세 편씩 꼽았다. 2016년 국내 개봉 영화를 기준으로, 철저하게 기자 6인의 개인적 취향과 감성을 반영해 골랐다.
이글이 magazine M 독자들과 나누는 진심 어린 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기자들이 묻는다. 당신이 꼽는 ‘올해 최고의 영화’는 무엇인가.
동주 | 이준익 감독 | 2월 17일 개봉
동주는 모국어를 박탈당한 시대에 한글로 시를 썼고, 몽규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강렬히 저항했다. 그 시대의 아픔이 생각날 때마다, 나는 책장에서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꺼내 읽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일본 고등경찰이 동주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며 서명을 요구할 때다. 그 종이에는 억지스러운 죄목들이 적혀 있었다. 동주는 종이를 찢으며 절규한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 시 쓰기를 바라며 시인이 되기를 원했던 게 너무 부끄럽고, (독립운동에) 앞장서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한 게 부끄러워 서명을 못하겠습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나는 윤동주의 그 마음을 존경한다. 단순히 부끄러운 것과 무엇이 부끄러운지 아는 것은 큰 차이니까.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자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라던 한 청년의 짧은 삶이 다시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라라랜드 | 다미엔 차젤레 감독 | 12월 7일 개봉
주토피아 | 바이런 하워드·리치 무어 감독 | 2월 17일 개봉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