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올해의 영화
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까지 좀처럼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그날 이후에도 머리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영화들 말이다.
연말을 맞아 magazine M 기자들이 흥행 성적이나 수상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영화를 세 편씩 꼽았다. 2016년 국내 개봉 영화를 기준으로, 철저하게 기자 6인의 개인적 취향과 감성을 반영해 골랐다.
이 글이 magazine M 독자들과 나누는 진심 어린 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기자들이 묻는다. 당신이 꼽는 ‘올해 최고의 영화’는 무엇인가.
라우더 댄 밤즈 | 요아킴 트리에 감독 | 10월 27일 개봉
영화는 아내이자 어머니를 잃고 3년 후, 여전히 상실감을 수습하지 못한 아버지와 두 아들을 비추며 시작된다. 살아가는 속도가 다른 세 남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슬픔에 허우적대는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해 삐걱거린다. 흥미로운 건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이들을 지켜보는 방식이다. 답을 정해 놓고 몰아가는 여느 영화들과 달리, 그는 묵묵히 바라보기만 한다.
아버지는 좀처럼 대화할 기회가 없는 막내아들을 만나기 위해 아들이 좋아하는 사이버 게임에 접속하고(그 결과가 정말이지 예상 밖이다), 막내는 형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기 위해 말 대신 컴퓨터에 써 둔 글을 보여 준다. 두 아들은 말수 적은 아버지가 단역 배우 시절에 출연한 영화를 보며 친밀감을 느낀다.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어떻든, 서로 알아 가는 과정이 어떻든, 다 좋다. 괜찮다.’ 트리에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애초에 그가 ‘3년’이라는 간격을 설정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제대로 느끼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시간이 필요하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발 물러나야 할 때도 있다. 조금 서툴고 더뎌도, 뭐 어떠랴. 삶을 애도하는 나지막한 순간들이, 마치 나에게 보내는 위로 같았다.
아노말리사 | 찰리 카우프먼·듀크 존슨 감독 | 3월 30일 개봉
라라랜드 | 다미엔 차젤레 감독 | 12월 7일 개봉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