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피셔, 심장치료 중 60세로 별세
‘스타워즈’ 팬들로부터 ‘영원한 레아 공주’로 칭송받는 피셔. 그는 1956년 팝가수 에디 피셔(1928~2010)와 뮤지컬 배우 데비 레이놀즈(84)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가 유명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불륜 관계를 맺으며 순탄치 않은 성장기를 보냈다.
77년‘스타워즈’첫 작품 출연 스타덤
“해리슨 포드와 짧은 불륜” 고백도
조지 루카스 “우리의 영원한 공주”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피셔의 삶에는 부침이 많았다. 마약 중독과 비만으로 고생했고, 레아 공주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에 ‘스타워즈’ 시리즈 이후 줄곧 조연과 단역을 맡아왔다. 포크 듀엣 ‘사이먼 앤 가펑클’의 멤버 폴 사이먼과 6년 간의 연애 끝에 83년 결혼했지만, 1년 만에 이혼하기도 했다.
83년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1977~83)이 막을 내리면서 피셔 역시 배우 생활에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12세 때부터 길러온 글 솜씨로 슬기롭게 여생을 개척해나갔다. 피셔는 87년 마약 중독 경험을 담은 자서전 『변두리에서 보낸 엽서』(Postcards From The Edge, 국내 미발간)를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 책은 몇년 뒤 그가 직접 각색한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헐리웃 스토리’(1990)로 만들어졌다.
피셔는 이후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업에 깊이 관여하며 ‘시스터 액트’(1992) ‘리썰 웨폰3’(1992) 등 히트작의 각본을 다듬는 시나리오 닥터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로 32년 만에 ‘스타워즈’ 시리즈에 복귀했다.
피셔는 83년 ‘스타워즈: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에서 선보였던 노출이 과한 비키니 의상 때문에 대중에게 섹스 심볼로 각인된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래서 ‘깨어난 포스’에 출연할 때 여주인공 레이 역의 신인 배우 데이지 리들리에게 “(예전의) 나처럼 노예 같이 보이는 의상은 입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내년 말 개봉할 ‘스타워즈: 에피소드8’(가제)이 피셔의 유작이 됐다.
해리슨 포드는 “용감하게 자기 삶을 개척한 여배우”라고 평가했고, ‘스타워즈’ 시리즈를 이끌어온 조지 루카스 감독은 “재능있는 배우이자 작가, 평생의 친구, 우리의 영원한 공주”라며 피셔를 추모했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