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6년 12월 17일자 30면>
친박당 재확인한 새누리당…앞이 안 보인다
친박당 재확인한 새누리당…앞이 안 보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계파색이 엷고 비박 포용의 자세를 갖춘 합리적 캐릭터의 소유자다. 하지만 친박 파벌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선했기에 그들의 요구와 이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게다가 친박 핵심들은 4·13 총선 때부터 지금까지 자기들만 아는 패권·폐쇄·패거리 정치행태를 보여 ‘국민 밉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죽하면 갈라파고스 새누리당이라는 얘기까지 나왔겠나. 이런 친박 핵심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치를 한다면 어떤 근사한 포장이나 수식어에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정 원내대표는 깨닫기 바란다.
그나마 경선 직후 친박 핵심인 이정현 당 대표,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이들은 닷새 뒤에 퇴진하겠다고 고집하다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당 사무처 직원들의 분노 파업에 떼밀려 할 수 없이 물러났다. 이로써 정우택 의원은 신임 원내대표직에 당 대표 권한대행 역할까지 떠맡은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 불신과 절망, 앞이 안 보이는 혼미한 새누리당 상황에서 정 신임 원내대표가 취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이정현 지도부 시절의 마지막 분탕질이었던 ‘당 윤리위원 8인 임명’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 이 괴상하고 몰염치한 꼼수로 기존 윤리위원 7명이 사퇴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출당 권고’ 심리가 중단돼 버렸다. 정 원내대표는 당 윤리위를 원상 회복시켜 박 대통령에 대한 당 징계 절차를 재개해야 한다. 친박 핵심들의 해당 행위를 찾아내 이들을 정치적으로 청산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정 원내대표는 취임 소감에서 밝혔듯이 차기 당 대표 역할을 할 비대위원장에 비박 인사를 세워 당이 쪼개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셋째, 당 해체까지 포함한 강력한 개혁 수행으로 ‘권력 사유화’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치를 뿌리 뽑고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재건하라. 넷째, 황교안 권한대행의 행정부와 친박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야당들과의 관계를 한시바삐 정상화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자신이 친박의 올무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우택 체제도 금세 끝날 수 있다.
한겨례 <2016년 12월 17일자 23면>
끝까지 민심 등지고 자멸의 길로 가는 ‘친박 무리’
끝까지 민심 등지고 자멸의 길로 가는 ‘친박 무리’
정우택 새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시국일수록 분열 없이 화합과 혁신으로 당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해준 친박계의 뜻이 ‘당의 화합과 안정’에 있다는 얘기인데, 국민 뜻에 반하는 정치세력이 어떻게 화합과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1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15%까지 떨어졌다. 1998년 아이엠에프(IMF) 사태로 정권을 잃은 직후의 지지율과 비슷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5년 이후 당 지지율이 평균 40% 안팎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국민의 ‘사형 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가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인 친박계가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당권을 부여잡고 주인 노릇을 계속하고 있으니 이런 기막힌 상황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원내대표 경선 직후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새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는데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술수이다. ‘친박’ 원내대표를 세워놓고 또 다른 ‘친박’ 지도부가 뒤로 물러나는 것은 비난의 시선을 가리려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하는 등의 정치적 꼼수를 부린 것과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국정운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듯이,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는 한 새누리당은 한 걸음도 새로운 출발을 할 수가 없다.
새누리당은 자멸의 낭떠러지로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민심을 등진 정당의 말로를 보고 싶다면, 끝까지 달리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은가.
논리 vs 논리
정우택, 친박 올무서 벗어나야 vs 친박계 자멸하기로 작정한 듯
정우택, 친박 올무서 벗어나야 vs 친박계 자멸하기로 작정한 듯
<단계2> 문제접근의 시각차
친박계가 내세운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 당선이라는 투표 결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는 중앙, 한겨레 두 신문이 일치한다. 하지만 이를 평가하고 대처하는 방식을 주문하는 데 있어서는 다소 결이 다른 미묘한 차이가 나타난다. 잘못된 선택이지만 정우택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만큼 앞으로 유념해야 할 점들을 제시하는 논조를 유지하는 게 중앙의 입장이라면, 한겨레는 더 이상 희망 없는 새누리당 친박계의 행태에 대해 ‘끝까지 달리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입장이다. 경선 직후 친박 핵심인 이정현 당 대표를 비롯한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을 두고도 두 신문은 서로 다른 시각차를 나타낸다. 중앙은 일단 그마나 친박 지도부가 사퇴한 것이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라는 입장인 반면 한겨레는 ‘속이 뻔이 들여다보이는 술수’라는 엇갈린 평가다. 중앙은 친박 지도부가 닷새 뒤에 퇴진하겠다고 고집하다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당 사무처 직원들의 분노 파업에 떼밀려 할 수 없이 물러났기 때문에 당 대표 권한대행 역할까지 떠맡은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한겨레는 지도부 사퇴는 ‘친박’ 원내대표를 세워놓고 또 다른 ‘친박’ 지도부가 뒤로 물러나는 것은 비난의 시선을 가리려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