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갈등의 심화로 한국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에 처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래도 돌고래는 영리한 만큼 멍하니 그 사이에 가만히 있다가 등이 터지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한 환경을 찾아 헤엄쳐 나갈 수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향후 1~2년 북핵 고도화에 결정적
국내 사정에 정책 발목잡혀선 안 돼
문제는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2년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결정적 시기라는 점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은 핵실험을 한두 차례 더 한 뒤 핵실험 중단 선언을 할 것이다. 이후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게임 양상을 바꾸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리가 먼저 안을 내서 한·미·중이 함께 어떤 노력을 할지 밑그림을 그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국내 사정으로 인해 외교적 결정이 지연되거나 선제적 정책을 펼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럴 경우 미·중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책 연속성 등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자고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이제 와서 이를 되돌리면 중국의 압박에 밀리고 한·미 동맹을 경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 한·미가 합의한 수준으로 이행하면서 북한용이란 점을 명확히 하고 추가 배치 땐 국회 동의를 받는다고 제도화하면 중국에도 명분이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 도쿄·워싱턴·런던·베이징=오영환·김현기·고정애·신경진 특파원, 서울=강혜란·홍주희·유지혜·김상진·이기준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