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대기업 수사받으면 피해 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정치권에 경제인들이 할 말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며 “당신(정치인)들이 와서 경제를 해보라는 정도의 메시지는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행사에 불참하면서 경제 5단체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또한 박병원 경총 회장은 “국민은 며칠만 지나면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고 한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대통령 탄핵과 사드 배치 문제 등 정치적 문제가 기업을 옥죌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인이 무슨 잘못이냐, 모두 정치가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이런 의견에 대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질서 있게 수습해야 하며, 이런 의견을 호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독 | 경제장관-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무슨 일이]
직무성과급제 도입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다른 참석자는 “현실적으로 국회 통과가 어렵다면 현행법과 예산의 틀 안에서 가능한 부분을 찾아달라”는 박 회장의 발언을, “탄핵이란 큰 흐름을 놓치지 말고 경제단체가 힘을 모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 회장의 주장을 전했다. 박 회장은 “제조업과 수출만으로는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까지 고용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최순실 사태로 문화·체육 분야의 고용이 줄어들지 않도록 힘을 써 달라”고 덧붙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임종룡 질타에 분위기 싸늘해지기도
이런 경재계의 성토에 정부 측 참석자들은 1시간 내내 수세적인 입장이었다. 다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요즘 야당 의원들이 장관도 만나주지 않는다”며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국민은 기업에서 어떻게 돈이 나가는지 다 알게 됐을 것”이라며 기업의 책임을 지적했다고 한다. 임 위원장은 “시행령으로는 한계가 있다. 법을 올바르게 집행하려면 의원입법으로 가야 한다”며 “(경제 5단체가) 아무리 성명을 내고, 언론에 얘기를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했다. 또한 “(재계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대정부·국회 로비 방식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토론회 참석자는 “임 위원장의 말을 들은 김인호 회장 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라는 것이냐고 받아쳐 분위기가 냉랭해졌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유 부총리가 임 위원장에게 “그리 말하면 되겠느냐”고 다그쳐 분위기 악화를 막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최근의 정치권 문제가 사회의 권위주의적인 문화에서 비롯됐으며, 이에 대해 기업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최근 자영업자의 파산이 서서히 나타나는 등 좋지 않은 조짐이 보인다”며 “정치권의 권위주의가 혹시 기업에도 물들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호 회장도“(기업이) 투명하지 않았던 점이 있지 않았나 스스로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글로벌 기업가 정신으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경·염지현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