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은 당초 소환계획을 앞당겨 임씨를 이날 불러 조사하려 했다. 그러나 임씨 측이 변호사를 선임한 뒤 조사를 받겠다며 거부했다. 경찰은 일단 임씨에게 적용했던 항공보안법 및 폭행 혐의를 항공보안법 및 상해 혐의로 변경했다. 폭행 혐의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는다. 반면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폭행죄보다 처벌이 무겁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상해진단서를 제출한 만큼 임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기 만취난동 사건으로 보니
귀가시킨 경찰, 여론 악화되자 소환
임씨 “변호사 선임 후 나갈 것” 불응
전문가 “선진국처럼 징역형 처해야”
대한항공, 난동 유감 표명도 안 해
“과잉 대응 땐 소송 우려” 해명만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대응 못지않게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 대한항공의 무책임한 태도다. 대한항공은 사고 초기 ‘매뉴얼대로 했다’는 내용의 입장만 냈을 뿐 공식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2014년 이른바 조현아 당시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 이후에도 별로 바뀐 것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김포공항에서 만난 김현수(47)씨는 “올여름 미국 국적의 항공기 안에서 음주 난동자가 불과 1~2분 만에 제압당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며 “어제 난동 당시의 동영상을 봤는데 난동을 부리는 승객보다는 그런 승객 하나에 속수무책인 대한항공의 시스템이 더 창피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병관(53)씨도 “미국 손님이 어제 대한항공 난동 사건을 얘기하던데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항공보안과 관계자는 “항공법상 승객 거절권 등과 관련해서는 항공사에 재량권을 준 것인데 대한항공에서 고객 안전보다는 서비스 측면을 더 중요시해 소극적으로 법을 실행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이 보안 관련 훈련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승객이라도 법적으로 탑승을 거부하기 어렵다”며 “소송 등의 우려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창무 교수는 “앞으로 기내 난동 등의 경우 항공사가 탑승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대응했는지를 따져 문제가 있을 경우 항공사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