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쓰나미’ 시작…전세 → 집값 ‘도미노 하락’ 오나

중앙일보

입력 2016.12.22 01:00

수정 2016.12.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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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세를 알아보러 중개업소를 방문한 이모(41)씨는 깜짝 놀랐다. 전셋값이 뛰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두 달 전보다 7000만~8000만원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7억원선이던 전용 84㎡ 로열층이 최근 6억2000만원선에 거래됐다. 매매가도 약세다. 동과 층이 좋지 않은 84㎡는 두 달 전보다 5000만원 떨어졌다. A공인 관계자는 “주변에 새 아파트가 크게 늘면서 급매물과 급전세가 간간이 나온다”고 말했다. 인근에선 e편한세상 신촌과 아현아이파크 등 2500여 가구가 내년 초 줄줄이 입주한다.
아파트 ‘입주 쓰나미’가 본격적으로 밀려온다. 분양시장이 호황이던 2014년 이후 쏟아진 신규 분양 아파트가 2~3년간의 공사를 끝내고 내년 1월부터 대거 준공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은 벌써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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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1분기(1~3월)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는 7만8534가구로 지난해 1분기보다 31.2% 늘었다. 1분기 입주물량으로는 2010년 이후 6년만의 최대다. 특히 수도권은 올해 1분기보다 80% 증가한 3만2761가구에 이른다. 서울이 1만2242가구로 올 1분기(5122가구)의 두 배가 넘는다. 지방 물량(4만5773가구)은 9.7% 늘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부터 2년간 입주물량이 크게 늘면서 지역에 따라 공급과잉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당장 ‘입주 폭탄’ 영향을 받는 단지는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반 약세다. 서울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59㎡형 매매가는 지난 10월보다 2000만원 떨어져 6억9000만~7억2000만원대다. 전세는 이보다 낙폭이 커 두 달 새 4000만원 떨어진 4억60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달 말부터 주변에서 센트라스1·2차(2529가구),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1976가구)가 입주한 여파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입주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이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으면서 기존 아파트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그 영향에 집값도 내렸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내년 1월 화성시 동탄2신도시 사랑으로 부영(1316가구)의 입주 영향으로 인근 센트럴푸르지오 59㎡형 매매가는 10월보다 1000만~2000만원 내렸다. 이 기간 전셋값도 2000만원 내렸다.

내년 1분기 입주물량 6년 만의 최대
서울·수도권은 작년보다 80% 증가
7억 전세 두달 새 8000만원 하락도
2018년까지 78만 가구 공급 대기
역전세난 심화, 깡통전세 우려도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소화불량’을 우려한다. 내년 1분기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전국에서 78만여 가구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부동산114는 내년에 36만여 가구, 2018년 4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보다 각각 25%, 43% 늘어난 규모다. 단독·다세대주택까지 합치면 내년부터 2년간 100만 가구 넘게 입주할 것으로 추산된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 해 적정 주택공급량인 35만~38만 가구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국지적으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생길 수 있다. 수도권에선 화성·시흥·수원·김포 등이 물량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공급이 집중되는 수도권 일부와 지방의 경우 잔금을 마련하려는 입주 예정자들이 전세를 내놓으면서 전셋값이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집값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 증가→역전세난→전셋값 하락→급매물 증가→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시나리오다. 여기다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변수가 추가되면 주택시장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값 하락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전세 보증금 상당 부분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에 대한 불안감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전셋값이 집값의 80%를 넘으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식으로 계약하거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세금보증보험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SGI서울보증이 판매 중인데 보증금의 0.15% 정도를 내면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가 몰린 데 따른 대책으로 정부로서도 딱히 쓸만한 카드는 없다”며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의 보증요율을 싸게 책정하고 이 제도를 알리는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