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교수와 국회의원(18대)을 지낸 박 원장이 KISTEP과 인연을 맺은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10월. 박 원장은 친이계 인사로 분류됐지만 과학자이면서 국회에서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 등을 인정받아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수립·지원하고 평가하는 KISTEP 원장에 선임됐다. 여기까지는 박근혜 정부의 탕평인사로 평가됐다.
문제는 3년 임기가 끝난 올 9월에 불거졌다. 박 원장은 연임에 도전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인선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가 차기 원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와중에 KISTEP 이사회는 박 원장을 택했다. 이사회에는 미래부의 담당 국장을 포함한 정부 측 인사들이 있었지만 이사진 13명 중 7명이 박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KISTEP는 기관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았고, 청렴도 평가는 받은 적도 없었다. 예산 집행에도 어떤 점이 문제인지 미래부는 밝히지 못했다. 혹 진짜 이유는 ‘정부와의 협력’에 있지 않을까. 박 원장은 평소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친이계 산하 기관장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니 눈엣가시로 여긴 게 아닐까.
21일 박 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미래부는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며 언급을 꺼렸다. 최순실 사태로 현 정권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으니 미래부가 공중에 뜬 신세가 되긴 했다.
하지만 한국 과학의 현주소는 절박하다. 이런 미래부의 모습을 마냥 지켜봐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연간 19조원에 이르는 세계 1위 수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물 쓰듯 쓰고도 아무런 성과가 없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관장을 고집하는 낙하산 구습 하나 떨치지 못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과 미래성장동력을 얘기하는 것은 낯부끄럽지 않을까.
최준호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