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양산’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통하는 일루미네이션엔터테인먼트. ‘미니언즈’(2015, 카일 발다·피에르 코팽 감독) ‘마이펫의 이중생활’(8월 3일 개봉, 크리스 리노드 감독) 등 캐릭터의 깜찍함으로 승부해 온 그들이 새로운 동물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씽’(원제 Sing, 12월 21일 개봉, 가스 제닝스 감독)은 작은 동물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노래 경연 대회를 그리는 작품. 문제는, ‘1000달러’(약 115만원)였던 상금에 누군가 실수로 ‘0’을 두 개 더 붙여 ‘10만 달러’(약 1억원) 상금의 오디션으로 둔갑시키고 말았다는 것. 어쨌거나 호황을 맞은 극장에는 꿈을 찾아 나선 동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유쾌한 SF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를 연출한 영국 감독 가스 제닝스가 각본과 연출을 맡아 웬만한 휴먼 드라마 뺨치는 사연들을 그려 낸다. 무엇보다 흥을 돋우는 건 데이비드 보위부터 테일러 스위프트, 록 밴드 ‘퀸’에 이르는 불후의 팝송 65곡을 리즈 위더스푼·스칼렛 요한슨·태런 에거튼 등 목소리 출연한 스타 배우들의 음색으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올겨울 내내 흥얼거리게 될 감미로운 곡들의 주인공이 여기 있다.
엄마 안에 디바 있다, 로지타 (리즈 위더스푼)
극장을 뒤흔드는 최후의 복병, 미나 (토리 켈리)
허세 가득한 무대 매너, 마이크 (세스 맥팔레인)
소름 돋는 소울 창법, 조니 (태런 에거튼)
실연의 상처를 ‘록’으로 승화시킨, 애쉬 (스칼렛 요한슨)
제니퍼 허드슨의 숨은 목소리 찾기
‘씽’에서 가창력을 뽐내는 건 오디션 참가자들뿐 아니다. 여섯 살 소년 버스터가 아빠 손에 이끌려 난생처음 문 극장에 갔을 때, ‘극장’이란 공간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바로 이 가수의 호소력 짙은 노래 때문이었다. 왕년의 문 극장 스타로, 여전히 호화롭게 살고 있는 양 할머니 나나 누들만. 현재 누들만의 목소리는 코미디 배우 제니퍼 손더스가 맡았지만, 전성기 시절 나나의 공연 장면은 영화 ‘드림걸즈’(2007, 빌 콘돈 감독)에서 에피 역을 연기한 배우이자 가수 제니퍼 허드슨이 소화했다. 허드슨이 부른 곡은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애비로드’에 실린 ‘골든 슬럼버/캐리 댓 웨이트(Golden Slumber/Carry that Weight)’. “다시 집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이라는 절절한 가사는 극 중 모든 캐릭터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SF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 호연을 펼쳤던 매튜 맥커너히는, 망해 가는 극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낙천적인 극장주 버스터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노래는 하지 않지만, 그와 부자 친구 에디(존 C 라일리)가 철없는 ‘우정 전선’을 펼치며 빚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 또한 볼거리다. 버스터와 오래 일한 비서로, 눈알이 자꾸 빠지는 통에 애를 먹는 할머니 도마뱀 미스 크롤리 역은 가스 제닝스 감독이 직접 목소리 연기했다. 참고로 제닝스는 남자 감독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SF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 호연을 펼쳤던 매튜 맥커너히는, 망해 가는 극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낙천적인 극장주 버스터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노래는 하지 않지만, 그와 부자 친구 에디(존 C 라일리)가 철없는 ‘우정 전선’을 펼치며 빚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 또한 볼거리다. 버스터와 오래 일한 비서로, 눈알이 자꾸 빠지는 통에 애를 먹는 할머니 도마뱀 미스 크롤리 역은 가스 제닝스 감독이 직접 목소리 연기했다. 참고로 제닝스는 남자 감독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사진=UPI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