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인 14일 서울 한남동에서 만난 그는 “이번 공연 때 객석에서 우시는 분도 많고, 노래 흡입력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타인의 고통’이라는 앨범 제목 탓일까. 노래마다 지난 사건이 겹쳐진다. ‘강은 흐르네/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누가 너의 손을 잡아줄까(강)’ ‘다 지나간다/다 잊혀진다/상처는 아물어/언젠가는 꽃으로 피어난다(다 지나간다)’ 등 구절구절 아프다. 앨범이 발매되기 전 노래를 미리 들었던 그의 9살짜리 아들이 “엄마 노래가 모두 슬퍼요”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 ‘세월호’를 생각하며 만들었나.
- “‘세월호’가 연상된다고 사람들이 많이 전하더라. 꼭 세월호를 생각하며 노래를 만든 건 아니지만 우리 마음에 그 사건이 죄의식처럼 남아 있어서 떠올리는 것 같다.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우리 모두 너무 상처받았다. 앨범 제목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상실의 시대』와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중에서 고민하다 정했다. 타인의 고통이라고 하면 좀 더 공감하고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아서다.”
- 앨범 의 흔들리듯 찍힌 이미지가 독특하다.
- “박경일 작가의 작품이다. 곡을 먼저 들려 드렸더니 화관과 베일을 쓴 여자를 직접 그려서 보여줬다. 그 그림대로 사진 찍었다.”
- 왜 고독하고 쓸쓸한 노래를 주로 만드나.
- “음악으로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사실 이뤘다. ‘베스트 프렌드(남편 김형규)’랑 결혼했고, 아기도 귀엽고 양가 부모님도 사랑이 많으시다. 그런데 사람의 본질은 어릴 때 형성되는 것 같다. 어릴 적 아버지를 포함한 형제들이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다. 우리집에선 죽음이 일상적이었다. 그게 김윤아를 지배하니 당연히 음악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 김윤아에게 노래는 어떤 의미인가.
- “인생의 목적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행복하기 위해 노래가 필요하다. 어둡고 무거운 것을 계속 토해서 나를 가볍게 만든다. 무대에서 아픈 마음을 노래하면 청중이 공감해준다. 엄청난 치유다. 나를 행복하게 한다.”
- 결혼한 지 10년째인데 ‘잉꼬부부’로 유명하다(남편 김형규는 VJ로 활동했던 치과의사다).
- “남편과 나는 정반대로 성장했다. 남편을 배우자로서 신뢰하고 함께 할 수 있겠다고 확신한 부분이 ‘사랑’이었다. 남편은 따뜻한 사랑으로 잘 자란 나무 같은 남자다. 남편은 생존본능이 강하고 나는 죽음에 일상적이다. 그런데 아이가 생긴 다음 정반대가 됐다. 나는 원하는 순간에 죽을 수 없는 사람이 됐고, 남편은 나와 아이를 위해서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고 한다. 감동적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꿈’이다. 그는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후 샤워를 하다 첫 소절을 떠올렸다고 했다. 힘들지만 소중한 것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 너의 꿈은/가장 무거운 짐이 되지/괴로워도/벗어 둘 수 없는 굴레’로 시작하는 노래가 됐다. 김윤아의 꿈을 물었다.
4집 앨범 ‘타인의 고통’ 낸 김윤아
“세월호 연상된다는 사람들 많아
우리 마음에 죄의식처럼 남은 듯
내년 자우림 데뷔 20주년 앨범선
정말 이상한 시도 해보고 싶어”
자우림은 내년에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혼성밴드인데다가 초창기 멤버가 한 명도 바뀌지 않고 활동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는 “다음 자우림 앨범에서는 정말 이상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