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벌써부터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은퇴 뒤 축구선수 변신 가능할까
지구력·경기운영 능력 부족해
주전 미드필더·공격수는 힘들어
가속력 좋고 큰 키에 점프 잘해
후반 조커 공격수로 활용 적당
실제로 최근 볼트가 축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지난 2일 프랑스 니스의 아마추어 클럽인 생-장 볼리외의 연습경기 때였는데, 볼트는 왼쪽 측면에서 빠르게 뛰는가 하면 문전에서 헤딩도 시도했다. 이 클럽 골키퍼 케빈 블류는 “(볼트가) 빠른데다 힘도 있고, 공중에서 좋은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제까지 스포츠 종목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스타들은 많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3·미국)은 야구와 골프에 도전했고,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1·미국) 역시 골프클럽을 잡았다. 하지만 둘 다 새 종목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자신의 주종목으로 돌아갔다.
확실히 볼트의 스피드는 축구선수들보다 돋보인다. 100m 세계기록(9초58) 수립 당시 순간 최고속도가 시속 44.6㎞였다. 200m도 시속 37~38㎞에 뛴다. 지난해 3월 스페인 스포츠신문 ‘아스’가 보도한 ‘드리블이 빠른 축구선수 순위’를 보면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이 시속 36.9㎞로 1위를 기록했다. 호날두는 시속 33.6㎞로 5위, 메시는 시속 32.5㎞로 7위였다. 그냥 달리는 것과 공을 몰며 달리는 차이를 감안해도 시속 10㎞ 안팎의 속도 차는 작지 않다. 육상 단거리 선수의 특성과 큰 키(1m96cm)도 강력한 무기다. 김언호 박사는 “칼 루이스(미국)가 단거리 외에 멀리뛰기에서 실력을 발휘한 것처럼 스프린터들은 점프력도 좋다. 볼트는 키까지 크다. 공중볼 경합능력도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장점들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김언호 박사는 “펠프스가 물에서 힘이 좋았지만 골프공을 일정하게 멀리 치는 능력은 떨어졌다. 종목에 따라 요구하는 능력이 각기 다르다. 육상 선수로만 살아온 볼트에게 축구는 쉬운 도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볼트에게 적합한 포지션은 어디일까. 볼트는 2011년 “내가 축구를 한다면 측면 공격수나 스트라이커를 맡고 싶다”고 말했다. 김언호 박사는 “순간적인 스피드로 상대수비를 무너뜨리는 최전방 공격수라면 경쟁력이 있다. 특히 체력적인 면을 감안하면 후반 교체출전해 분위기를 바꾸는 ‘조커’ 공격수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외의 포지션은 부정적이다. 김 박사는 “미드필더라면 지구력은 기본이고 경기 운영능력도 갖춰야 한다. 측면의 경우에도 풀타임 내내 스피드를 발휘해야 한다. 볼트에겐 불가능한 자리”라고 덧붙였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