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보다 좋아해야 한다
공자(孔子) 또한 “어떤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고 하지 않았나. 필자의 중국어 전공 또한 어릴 적 ‘맛있는 짜장면 집 주인이 되려던 꿈’이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중국어 쉽게 배우는 지름길은
생활 속 중국어에서 시작하기
공부한다는 생각 던져버리고
취미생활하듯 즐기며 접근해야
우리말 속 한자 의미 확장하고
중국어 성조는 리듬 타며 익혀야
우리말 속 한자(漢字)를 활용하라
가끔 옌볜(延邊)에서 온 우리 동포들이 “일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중국어의 ‘메이스(沒事)’와 거의 일맥상통한다. 또 ‘홀연(忽然)히’ ‘돌연(突然)히’ ‘일일(一一)이’ 등 우리가 자주 쓰는 부사는 모두 같은 의미의 한자로 바꿔 쓸 수 있기도 하다.
특히 한자(漢字) 쓰기는 서구인 입장에선 거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임을 감안할 때 우리는 중국어 배우기에 있어 선천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태어나는 셈이니 중국어 공략은 우리가 제일이라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쓰는 한자 의미를 확장하라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 한국에 온 중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이 ‘화장실(化粧室)’이었다. 급한 용무로 화장실을 갔다가 쓰인 말을 보고 ‘화장하는 곳’이라 여겨 일을 못 보고 되돌아 나왔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있었다.
우리 선조가 예전에 측간(厠間)이라고 불렀던 곳이 지금 중국인들이 화장실로 사용하고 있는 ‘처쒀(厠所)’이다. 우리와 중국은 이처럼 표의(表意)문자인 한자가 갖는 특성으로 인해 한자의 의미를 적절하게 확장할 경우 서로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다. 그만큼 쉽게 중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어 성조는 리듬 타기에 달렸다
예전에 텔레토비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저 몇 개 안 되는 단어를 활용해 아주 어린아이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중국어 성조는 바로 이렇듯 중얼거림으로 극복하는 것이 제일이다. 동요와 노래는 모두 리듬이 있다. 중국어 성조도 마찬가지다. 리듬을 타며 몸을 움직이듯 즐기면 그만이다.
“가가가가가?” 이 문장은 성조와 장단에 따라 경상도 사람이 읽으면 중국어처럼 들릴 수 있다. 같은 글자가 음의 높고 낮음에 따라 그리고 강약과 장단에 따라 각기 다른 어법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 사람 성이 가씨란 말이오?”란 뜻이다.
한국 사람이 중국어의 네 가지 성조 중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게 바로 4성이다. 무지 짧게 세게만 발음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관건은 첫 발음 시 높은 데서 아래로 떨어지듯 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말에 누구를 탓할 때 쓰는 “야!”와 같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며 놀 때 글자 하나하나를 배워 부르는 건 아니다. 그저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엄마의 혀를 보며 따라 하듯 모방하는 게 최선이다. 중국어 성조 연습이 그렇다. 무조건 모방하고 큰 소리로 따라 읽고, 노래하듯 해 나간다면 성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어 말문 트이게 유커 활용하자
어떤 숙련공의 소중한 기술이 하루아침에 익혀지는 게 아니듯 반복해 연습한 것은 오래가기 마련이다. 틀린 표현도 자주 익히면 좋다. 어차피 우리가 하는 중국어는 중간언어가 될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면적의 100배 가까운 중국은 생각보다 크고 넓어서 지역별 방언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듣고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
손보다는 입을 더 많이 써라
표의문자 위주인 중국어와 표음문자 주류의 한국어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왔지만, 쓰기(written) 방식이 아닌 말하기(spoken) 방식으로 발전해 가는 최근의 추세로 봤을 때 현재의 중국어는 과거와 달리 형태(形)보다는 발음(音) 위주로 의미(義)를 표현해 가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제는 손으로 한자를 쓰는 게 아니라 입을 열어 중국어를 말해야 하는 시대다.
중국어 학습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정비례한다. 배우고 학습한 만큼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처음부터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중국어에 흥미를 갖고 좋아해서 하면 그만이다. 지갑을 열어 중국어를 배우던 시대 또한 지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 부딪치는 유커와 중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취미 생활하듯 중국어로의 의사소통에 도전해 보자.
◆김현철
중국어법학자. 연세대 중국연구원 원장과 공자아카데미 원장을 겸하고 있다. 중국의 언어와 역사, 문화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한국어와의 대조를 통해 우리의 맥을 찾아가는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언어학사』 『중국어학의 이해』 『니하오 중국어』 『중국인을 위한 친절한 한국어』 등의 저서 다수가 있다.
김현철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