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박 대통령과 통화서 서청원 밀어야 한다 말해”
고씨는 “최씨가 존댓말을 썼지만 내용은 지시에 가까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예컨대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라는 최씨의 말이 지시의 뉘앙스였다는 것이다.
청문회 전 질문 미리 알려주며
고영태가 들고 다닌 걸로 입맞춰
최순실 ‘쟤는 그냥 잘라’ 수시 돌변
민정수석실 수사 서류도 갖고 있어
차은택, 포럼 열어 중간에 해먹어
김종, 최씨 앞에서 ‘네네네네네~’
우리끼린 그를 ‘벨’이라 불러
- 최씨는 어떤 성격의 인물이었나.
- “사람을 믿지 못한다. 신뢰가 생기기 전에는 발신번호 제한 표시로 전화를 건다. 평소 행동도 특이했는데 부하 직원 사이를 이간질하는 방식으로 각 직원을 정신적으로 고립시키고 자신에게만 충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시종일관 변덕스러워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입버릇처럼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직원 한 명을 가리켜 갑자기 이유 없이 ‘쟤는 그냥 잘라’ 이런 식이다. ”
- 왜 그렇게 생각됐나.
- “국가 예산을 온당하게 집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을 많이 봤다. 특히 차씨가 쓸데없이 포럼·세미나를 열어 중간에 ‘해먹는’ 거라든지…. 내 세금이 새는 것 같아 기분 안 좋았다. 김종 전 차관을 우리는 ‘벨(bell)’이라 불렀다. 최씨 앞에서 ‘네네네네네~’ 하며 비위를 잘 맞춰서. 청와대 직원(이영선 행정관)이 이 아줌마의 개인 비서 노릇을 하는 걸 지켜볼 때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청와대 비서실에 있다면 굉장히 영예로운 엘리트인데 최씨의 휴대전화 액정을 자신의 옷으로 닦아 주는 등 잡일을 해야 한다니.”
-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과는 자주 만났나.
- “최씨의 서류를 전달하려고 경복궁역 토속촌 근처 골목에서 자주 만났다. 이 행정관을 뵐 때마다 ‘많이 힘드시죠?’ 하고 물으면 씁쓸한 미소를 보이곤 했다.”
- 최씨가 청와대의 어떤 서류를 갖고 있었나.
- “주로 인선 관련 서류가 많았다. 민정수석실에서 수사하는 내용도 있었다. 대외비라고 적혀 있으면 청와대 서류였다. 교문수석실에서 나온 것도 있었고 문체부·청와대 현안보고와 앞으로 국정과제 자료도 있었다. 이런 문서를 놓고 K스포츠재단과 회의를 했다.”
- 최씨가 그런 국정 문서 내용을 이해할 지식을 갖췄다고 보나.
- “이해할 턱이 없다. 김 전 차관이 엉뚱하게 밀고 들어와 최씨한테 ‘이런 건 구도에 맞지 않습니다. 말이 안 돼요’ 조언하는 일이 많았다.”
- 최씨는 평소 누구와 자주 통화하는 편이었나.
- “최씨는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물론 누구한테 연락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유일하게 자주 통화하는 사람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VIP(박 대통령)’, 이 둘밖에 없다. 2개의 휴대전화를 갖고 다녔는데 각각 박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전용이었다.”
지난 13일 통화 당시 고씨는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최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최씨가 아닌) 고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 게 고씨의 주장이었다.
이틀 후인 15일 청문회에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과 박 전 과장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고씨가 사전에 예고한 내용이 대부분 그대로 재연됐다.
이 의원의 질문에 박 전 과장은 “태블릿을 고영태씨가 들고 다녔고, 저한테 충전기를 사 오라고 시켰다”고 답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