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울산 군부대의 예비군 훈련장 폭발사고도 전형적인 안전불감증 사례다. 당시 사고로 현역 군인 10명이 다쳤다. 탄약관 이모(30) 중사는 비정상적으로 많이 남은 폭음통을 불법적으로 소모하려 했다. 수류탄 대용으로 쓰는 폭음통 안전관리에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탄약관이 직접적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 상관들의 질책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고 당일 오후 5시쯤 사고 현장 바닥에 화약을 버렸다는 탄약관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군부대 측은 당일 언론 브리핑에서 “사고 현장에 어떤 인화성 물질도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잘못은 더 있다. 이 부대 대대장은 탄약관이 남은 폭음통을 소모하겠다고 했을 때 규정대로 다음달로 넘겨 사용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비 오는 날 여러 번에 걸쳐 소모하라”고 규정을 어길 구체적 방법까지 알려줬다. 이런 전후 사정을 모두 인지하고도 부대 작전과장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탄약관의 요청을 받은 소대장은 병사들에게 폭음통을 해체하도록 지시했다. 한 발만 터져도 손가락이 절단된다는 폭음통을 하루 종일 1600개나 분해하도록 해 사고를 초래했다.
군부대 측은 “하필 화약을 버린 12월 1일 이후 사고 당일까지 건조주의보였다”며 사고 책임을 오히려 건조한 날씨 탓으로 돌렸다.
손바닥으로 진실을 가릴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군부대에 산재한 안전사고 위험 요인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게 순서 아닐까.
최은경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