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겹겹이 쌓인 경제거품을 빼는 데 고통이 없을 수 없다. 이번 조치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었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주가·환율·채권금리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장을 나타냈다. 기획재정부가 소집한 거시경제금융회의도 “최고 수준의 경계를 유지하고 필요하면 단호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한다”면서 긴장감을 나타냈다.
미 금리 인상 ··· 내년 3차례 인상 조짐
발 묶인 금리정책과 가계부채 리스크
유일호팀, 재정 구원투수 역할 시급
물론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했으니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불확실성이 그런 안도감을 덮고도 남는다. FOMC는 내년에 금리를 세 번 더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인프라 투자 등 재정 확대를 통한 인플레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 인상 전망이 더 강해진 것이다. 이는 내년 말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은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끔찍한 악몽의 시나리오다. 가계부채 리스크와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그렇다고 외국인 자금 이탈에 제동을 걸려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미국발 긴축 쓰나미가 몰려온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손발이 꽁꽁 묶인 상황이다. 앞으로 정부 재정의 구원투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온 유일호 경제팀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번이야말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향후 글로벌 긴축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것이 유일호 경제팀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