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판사 출신의 문모(56) 변호사는 “공무원이 직접 사건을 담당하지 않아도 직위에 의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포괄적 뇌물로 보는 게 대법원 판례다”며 “김 대표가 검사가 아닌 다른 친구들에게는 거액을 주지 않은 사실만 봐도 검사이기 때문에 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에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 김 대표는 “언젠가 (진 전 검사장에게) 사건과 관련해 도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뇌물 공여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검찰 수사 내용에 따르면 2002~2015년 넥슨이나 김 대표 등이 검찰 조사를 받은 사건은 22건이다. 재판부는 그중 진 전 검사장이 직접 수사를 하거나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만한 사건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은 “상명하복과 엄격한 위계질서 및 조직의 단합을 유난히 강조하는 검찰의 문화에 비춰볼 때 사건에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직무관련 좁게 해석’ 비판
“공무원이 직접 사건 담당 안 해도
직위 따라 뇌물죄로 보는 게 판례
김, 검사 아닌 친구에겐 거액 안 줘”
판결문 곳곳 “증거 불충분” 표현
부실한 검찰 수사도 논란 일어
◆검찰 늑장 수사도 한몫=재판부는 선고 이유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 전 검사장의 재산 내역을 공개한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식 대박’ 의혹이 일었지만 검찰과 법무부는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법무부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소관 사항”이라며 책임을 돌렸고, 검찰은 4월에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배당했지만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 전 검사장의 소명은 거짓”이라는 결과를 발표하고 나서야 법무부는 징계를 신청했고, 검찰은 7월에 특임검사팀을 꾸려 수사를 시작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무부와 검찰이 법을 잘 아는 진 전 검사장이 증거를 인멸하고 넥슨 쪽과 입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고 말했다.
김선미·송승환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