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트럼프는 예상을 뒤엎고 사업가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노련한 공직자보다 큰 업적을 일군 업계 거물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성향이 드러난 인사다. 일각에선 국제사회에서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외교 경험이 없는 틸러슨이 트럼프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얼굴마담’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전직 관료는 “미국의 대외 정책을 다룬 경험이 있거나 정치인 출신이 아닌 기업인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한국이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얼마나 갖췄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국정경험 없는 틸러슨 ‘비즈니스식 외치’전망
러 석유기업과 거래…2013년 훈장도 받아
푸틴 “언제든지 트럼프 만날 준비 돼 있다”
에너지장관에 석유산업 규제 완화론자 페리
골드만삭스 사장 콘은 국가경제위원장 내정
틸러슨은 오랜 기간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들과 거래하며 푸틴 등 미국에 적대적인 러시아 정부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2013년엔 푸틴으로부터 러시아 정부 훈장인 우정훈장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으로 미·러 관계가 악화됐던 2014년에도 미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석유회의에 참석해 푸틴의 측근들과 회동했다. 푸틴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12일 기자회견에서 “틸러슨은 아주 프로다운 자세로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은 13일 모스크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어느 순간에나 (트럼프를) 만날 준비가 돼 있다. 우리 측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틸러슨의 인준 청문회를 여는 상원에선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조차 반발하고 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틸러슨이 학살자(푸틴)로부터 우정훈장을 받았다는 것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푸틴의 친구가 국무장관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표명했다. 틸러슨의 상원 인준을 놓고 의회와 트럼프의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틸러슨의 인준을 진행할 상원 외교위원회엔 공화당 의원 10명, 민주당 의원 9명이 포진해 있어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할 경우 공화당 의원 1명만 반대해도 인준이 거부된다. 상원이 장관 후보자의 인준을 거부한 것은 1989년 조지 H W 부시 내각의 존 타워 국방장관 내정자가 마지막이다.
틸러슨은 대학 졸업 후 41년간 엑손모빌에서만 근무한 ‘엑손모빌맨’이다. 52년 텍사스주 위치토폴스에서 태어난 틸러슨은 75년 텍사스대(오스틴)에서 토목공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그해 엑손(이후 모빌과 합병)에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이후 엑손 예멘법인 사장, 엑손모빌 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2006년 엑손모빌 회장 겸 CEO에 올랐다. 내년 3월이면 65세로 정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