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포항은 울산과의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골로 뒤집기 우승을 이뤄냈다. 올해 6월 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다시 한 번 K리그 최종전에서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서울은 지난달 6일 K리그 클래식 최종 38라운드에서 전북을 1-0으로 꺾고 승점 3점 차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 3일 열린 FA컵 결승에서도 교체 투입시킨 공격수 윤승원(21)이 후반 추가 시간 골을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 명승부를 이끌었다. 비록 준우승이었지만 서울에 '아름다운 패자였다'는 말이 나왔다.
최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황 감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수뿐 아니라 감독도 냉정해야 하고, 과정은 주도면밀해야 한다"면서 '기적의 승부사'로 거듭난 비결을 밝혔다. 그는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90분 경기지만 1분씩 쪼개서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기에 다 맞을 순 없지만 실수를 줄이려 하면 중요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랬던 황 감독이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을 관전하던 중 FC서울의 제안을 받았다. 그는 "처음엔 서울의 제안에 고사했다. 그러나 고민해보니 새로운 동기부여가 축구인생에서 필요했다. 도전해볼 만 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1년 정도 쉬려했던 계획이 당겨졌다. 그래도 6개월 가량 쉰 기간이 내겐 열정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을 상대하기만 하다 수도권 구단 팀을 맡은 황 감독은 "선수들의 개성이 저마다 다르더라. 그래도 그 캐릭터들이 잘 결합해 뭉쳐지는 힘은 생각보다 더 강했다"고 했다.
시즌을 마친 황 감독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는 "우승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 팬들은 더 많은 걸 요구한다. 그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다"고 말했다. 황 감독에겐 FC서울에서 이루고 싶은 두 가지 꿈이 있다. 황 감독은 "독일에는 바이에른 뮌헨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뛰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선수들이 많더라. FC서울을 뮌헨 같은 전통의 명문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의 어린 축구선수들이 FC서울의 홈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주고 싶다. 그게 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포항 감독 시절 그는 짧은 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는 '스틸타카(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다는 의미의 스페인어 '티키타카'와 '포항 스틸러스'의 합성어)'를 완성했다. 황 감독은 "신나는 축구를 해야 팬들이 운동장을 찾는다. 서울에선 '서울타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크게는 한국 최고의 공격수를 길러내고 싶은 꿈도 있다. 황 감독은 소속팀에서 '아대박 트리오'라 불리는 공격 3각편대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을 데리고 있다. 황 감독은 "세 선수의 이름만 들어도 든든하다"라며 웃었다. 그러나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 결정력 부족은 심각하다.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최전방 공격수가 넣은 골은 하나도 없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이동국-박주영으로 이어진 한국축구 스트라이커 계보가 끊길 위기다.
선수 시절 A매치 103경기에서 50골을 터트린 황 감독은 이 얘기를 듣고 "정말 그런가"라고 되물은 뒤 "그건 심각한 문제다. 내가 나가서 뛸 수도 없고…"라며 안타까워했다. 황 감독은 "미드필드를 활용한 전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공격수가 없는 걸 한탄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 공격수를 우선적으로 뽑으라고 구단에 요구한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젊은 공격수가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구리=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