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식을 뒤엎고 어제 친박 세력이 집권당 정치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의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김진태 의원과 이정현 대표, 이장우·조원진 최고위원 등 이른바 ‘친박 8적’이 느닷없이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발족시킨 것이다. 이 정파에 이름을 올린 친박 의원은 51명. 정치 무대에서 퇴장하거나 최소한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대놓고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요, 이런 게 좀비 정치가 아니면 무엇인가.
정치 세력화 선언으로 국민에 도전
입맛 맞는 비대위장 뽑겠다는 속셈
‘친박 8적’ 쫓아내야 보수재건 가능
친박들은 분위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법적·윤리적·정치적·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들끼리 살아보겠다고 패거리 지어 설쳐대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있다. 새누리당 안에 철퇴를 내릴 세력이 없다면 국민이 응징해야 한다. 이정현 대표는 탄핵이 되면 하루속히 퇴진하겠다던 약속을 며칠 만에 또 뒤집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다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비대위원장을 내세우고, 친박계가 압도적인 전국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려 할 것이다. 당내 비판세력을 쫓아내고 560억원에 이르는 당 재산을 고스란히 승계한 채 친박만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게 그들의 속셈이다.
친박 세력의 눈에는 자기들이 초래한 국가위기 상황도, 정부·국회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절박함도 안 보이는 모양이다. 보수정당의 혁신적 재구성을 위한 용퇴도 없다. 이들은 “우리가 물러서면 보수가 죽는다”고 하지만 친박이야말로 보수 가치를 훼손하는 주범이다. 박근혜 정치와 좀비를 닮은 친박 정치세력이 완전히 죽어야 보수가 재건된다. 결국 촛불민심 같은 거대한 불길로 친박을 몰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