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사퇴시킬 수 있나? 탄핵 외엔 불가

중앙일보

입력 2016.12.10 01:34

수정 2016.12.10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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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행사 어디까지 Q&A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은 어디까지일까. 특히 탄핵심판 기간(최장 180일) 중 재판관 2명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있어 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현행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은 고건 전 총리의 역할이 잣대가 될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의 권한 등을 살펴봤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1일, 이정미 헌재 재판관의 임기가 3월 13일에 만료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나.
국무조정실은 “인사혁신처에서 헌법을 해석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인사혁신처는 “1급 이하 공무원 인사에 대한 법 해석 권한만 있다”며 “헌법재판관 등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우선된다”고 밝혔다. 학계의 다수는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은 1~2개월의 한시적 역할에 머문다는 점에서 소극적 권한 행사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헌법재판관이나 법무부 장관 등 중요한 인사권의 행사는 권한대행자가 그들을 임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견해”라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탄핵 심판 기간은 수개월인 반면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라며 “탄핵안이 헌재에서 부결되는 경우를 감안해 재판관 인사는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관을 교체하는 등 적극적인 인사는 할 수 없지만 임기가 종료된 헌법재판관처럼 공석을 채우는 것은 현상유지적 권한 행사로 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황 권한대행을 사퇴시킬 수 있나.
없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 시 국무총리와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권한을 대행한다’(71조)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권한대행을 탄핵하지 않는 이상 강제 사퇴시킬 수 없다. 다만 자진 사퇴는 가능하다. 이럴 경우 정부조직법에 따라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날 수 있나.
권한대행으로 국가 원수나 외교사절을 접견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해석이 많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적 외교 문제는 안보적 차원이나 경제 여파 등을 고려할 때 권한대행의 직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상대국이 황 권한대행을 만나겠다고 판단할지는 별개 문제다.

헌법재판관 임명 → 학계 다수 “안 돼”
트럼프 접견 → 법적으로는 가능
국정교과서 통과 → 논란 소지 많아

외교사절에 대한 접견이나 신임자 임명, 파견 등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국군통수권 역시 권한대행이 전쟁 선포 등이 아닌 방어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외국과 조약 체결이 가능한가.
제한된다는 의견이 많다. 임지봉 교수는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등 헌법 60조에서 명시된 7개 조약은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권한대행이 현실적으로 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조약 체결 등도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어야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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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나.
의견이 엇갈린다. 박 대통령의 핵심 추진 정책 중 하나였던 교과서 국정화는 최근까지 논란이 적지 않다. 권한대행이 이를 통과시키려 할 경우 권한 여부를 떠나 정치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종수 교수는 “논란이 있는 정책을 권한대행이 무리하게 통과시키려 할 경우 국민적 반발에 부닥칠 수 있다.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