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같은가
무엇이 다른가
① 대통령이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2004년 16대 국회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며 “대통령으로서 특정 정당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본인·측근 부정부패로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쪼개진 것은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한 것과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측근 안희정 전 대선 후보실 정무팀장(현 충남도지사), 최도술 전 청와대비서관 등이 불법 자금을 받은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탄핵 사유가 된 혐의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헌재가 탄핵심판이 시작된 지 63일 만에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탄핵의 주 사유인 최순실씨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30일 특별검사가 임명돼 특검 준비 절차도 시작됐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거부하며 3차례 대국민담화를 통해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2004년 생략됐던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적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헌재가 관련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탄핵심판 절차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법은 ‘피청구인(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51조)고 적시하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 중 박한철 소장과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직접 추천했다. 반면 2004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심리한 대통령 추천 재판관(윤영철 소장, 송인준·주선회 재판관)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전임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천했다. 당시엔 탄핵소추 당사자가 추천한 재판관이 없었던 셈이다.
③ 담당 헌법재판관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 숫자는 9명이지만 탄핵심판이 길어지면 심리에 참여할 재판관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는 각각 내년 1월 31일, 3월 13일까지다. 두 사람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는 바로 결정되기 힘들다. 현재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로 업무 중지된 상태다.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총리가 헌법기관장인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힘들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결국 헌법재판관 8명 혹은 7명인 상태에서 탄핵심판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심리에 참여하는 재판관이 줄더라도 6인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탄핵 조건이 더 까다로와지는 셈이다.
④ 소수의견도 공개해야 한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결정 발표 때 재판관의 개별 의견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헌법재판소법은 위헌심판과 권한쟁의심판·헌법소원 사건에 대해서만 재판관의 의견을 모두 표시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2005년 모든 심판에 대해 재판관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번 탄핵심판 결정 때도 개정된 법의 적용을 받는다. 법조계에선 “소수의견이 공개되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국민들의 분노가 거센 상황이라 헌재재판관들이 (국민들의)상식과 다른 결정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상황을 만든 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란 점이다. 200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그는 헌재의 기각 결정 직후, (탄핵에 찬성한)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음해 모든 심판에 재판관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이끌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