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 대부분은 탄핵 가결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대구 동성로 한 구두매장에서 만난 김연화(47·여·중구 남산동)씨는 "박 대통령이 헌법에 반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부 이지윤(31·북구 태전동)씨는 "TK의 큰 지지를 받던 인물이었고, 시민으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었기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하지만 잘못된 것이 있다면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박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에 다니는 윤소희(23·여)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의 잘못을 알고 있다면 일찌감치 하야했어야 한다. 탄핵 가결될 때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만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것이다"고 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직장인 황주상(32)씨는 "탄핵 가결은 당연한 결과다. 회사 직원들이 탄핵 가결 후 활짝 웃는 '이모티콘'까지 서로 보낼 정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50대 주부는 "이제는 그만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TK의 오피니언 리더들도 탄핵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박찬석(76) 전 경북대 총장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개인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딱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탄핵해야 할 이유가 분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노목(63) 전 대구변호사협회 회장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은 절차상 문제가 없는 부분이니 왈가왈부할 필요 없다고 본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박근혜 대통령이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은 것은 충분한 탄핵 사유다. 대통령의 범죄 사실은 검찰수사에서도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본관인 고령박씨 집성촌이 있는 경북 성주군에서도 박 대통령의 탄핵 가결로 착잡한 분위기였다. 성주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김형규(54)씨는 "박 대통령이 안됐다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가 이런 대통령을 뽑았나 하는 생각에 분통 터지고 짜증이 난다"며 "앞으로 경제가 IMF 외환위기 때보다 어려워질 게 뻔해 농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 경주 지진 진앙인 내남면 덕천1리 이근열(64) 이장은 "박 대통령이 잘못을 했기에 내려오긴 해야겠지만 야당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아 보기는 안 좋다"면서 "어느 당의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 시골 사람들이) 잘 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구·구미·성주·경주=송의호·김윤호·최우석·김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