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의 배경엔 황혼이혼이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황혼이혼이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황혼이혼 남성이 1만1636명, 여성이 6215명이다. 10년 전의 두 배다. 결혼 20년 넘은 부부의 이혼이 29.9%로 신혼(결혼 4년 이하, 22.6%)보다 많다.
파경 남성노인 적응 과정 보니
초기엔 과음 늘어 건강 나빠지고
자식과 틀어지면 극단적 선택도
의지할 곳 찾고 현실 인정까지 3~5년
② 혼란=혼자가 되자 외로움과 일상생활의 불편이 찾아왔다. E씨(74)는 “나는 굉장히 기대했는데 그 여자(사귀던 여자)는 아니라는 거야. 사기당한 거죠?”라고 후회했다. F씨는 “밀려났다. 비참한 심정, 안 당해 보면 몰라. 2년간 잠을 못 자겠더라”고 말했다.
③ 격동=혼란이 가중됐고 극단적 선택으로 향했다. B씨는 “애들을 찾아갔는데 찬바람이 쌩 불더라”고 한숨 쉬었다. 그는 베란다 난간에 섰다. 눈물을 쏟았고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쏟았다. H씨(71)는 “소주 8병을 마시고 감기약 5~6회분을 털어 넣었다. 자식들이 다 소용없더라. 나를 개·돼지보다 못하게 보고”라고 말했다. D씨(74)는 막걸리로 끼니를 때웠다. 8명 대부분 술·담배 양이 늘면서 건강이 악화됐다. 혼란과 격동기는 대개 2~3년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별로 거치지 않은 사람이 A씨다. 그는 딸이 매주 찾아왔고 여자 친구를 짬짬이 사귀었다. 경제적으로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④ 의지처 찾기=육체적·정신적으로 점점 나약해졌다. 의지할 데를 찾기 시작한다. C씨(76)는 오랜 과음 탓에 몸무게가 10㎏ 줄었다. 쓰러져 정신을 잃었는데 깨보니 병원이었다. 그는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 고민 끝에 큰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 애를 잡고 울었어”라고 말했다. D씨는 “딸이 결혼식에 못 오게 했다. 일을 하며 여자를 만났는데 그에게 의지하고 싶다”고 했다. G씨(76)는 이혼 8개월 만에 재혼했다.
⑤ 수용 및 안정기=체념하고 포기하면서 심리적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E씨는 혼자 고민하다 안 돼 전문 상담소를 찾았다. 그는 “목숨이 쇠심줄 같지. 살 놈은 사는 건가 봐”라고 말했다. B씨는 “가끔 손주 보는 게 좋으니까, 뭐라도 해서 살려고 한다”고 삶의 의지를 다졌다.
이 교수는 “황혼이혼 남성 상담을 강화하되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특히 자녀까지 포함한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건강한 적응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