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연구기관으로 개편되기 위해선 해체 수준의 사무국 개혁과 내부 감사 도입, 예산·자산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 등이 필요하다. 이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회원사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기업들의 의도적인 외면 때문에 회원사 소집조차 쉽지 않다.
사무국 대신 연구조직 강화안 무게
전경련 해체 목소리도 여전히 커
부채율 3115%로 해산 땐 ‘빚잔치’
“회원들 의견 수렴 개편안 마련할 것”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회적 신망을 받는 인사들이 싱크탱크로의 전환 등 전경련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전제조건으로 전경련 소유 자산의 조기 매각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는 등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현재 50명의 연구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전경련 사무국(130명) 직원보다 적은 수다. 특히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회원사 이해와 상충하지 않는 연구, ‘무색무취의 안전한 보고서’만 낸다는 것이다.
앞서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확대되기 시작한 9월부터 “환골탈태 수준의 조직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청문회를 계기로 속도가 빨라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경련을 연구기관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른 시간에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사단법인 은 총 사원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해산할 수 있다. 해산 결의를 위한 임시총회는 회장의 결정, 이사회 결의, 또는 회원 5분의 1 이상의 요청으로 소집할 수 있다. 따라서 허창수 회장이 나서면 해산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밖에 전경련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 허가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될 경우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설립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전경련이 대책 없이 해산될 경우엔 부작용이 적지 않다. 우선 해산 뒤 대대적인 ‘빚잔치’를 해야 한다. 2014년 현재 전경련의 자산은 3603억원에 부채는 3489억원이다. 자본은 112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3115%에 달한다.
여러 과오에도 전경련이 그간 축적해 온 지적 자산, 해외 네트워크 등 유·무형의 자산을 모두 버리는 것도 사회적 낭비 다. 유관기관을 합해 직원 250명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전경련의 연구 조직화가 채택 가능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전망이다.
본지가 앞서 정계(산 자 위 소속 의원 30명), 재계(10대 그룹 고위 임원 10명), 학계(경영·경제학자 10명)를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전경련을 싱크탱크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임원 10명 중 절반은 “전경련이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민간 경제 싱크탱크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도 한국개발연구원 ·헤리티지재단을 롤 모델로 제시했다.
국회의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경련 변혁 요구에는 거의 한목소리였다. 전체 의원 30명 중 15명이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했으며 11명은 싱크탱크 형태로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자 10명 중에서도 7명은 개편, 3명은 해체를 요구했다. 이들이 제안한 개편 방향 역시 싱크탱크가 중론이었다.
글=전영선·최준호 기자 azul@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