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줍잖다’가 아닌 ‘어쭙잖다’가 바른 표현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난도가 높은 어려운 표현이기 때문이다. 우선 ‘어쭙잖다’를 풀어 보면 ‘어쭙-+-잖다(-지 않다)’ 형태로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쭙다’가 기본형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어줍다’가 기본형이다. 말이나 행동이 익숙하지 않아 서투르고 어색한 경우 ‘어줍다’를 쓴다. ‘어쭙다’는 없다.
보통 우리말에서 앞말이 뜻하는 상태를 부정할 때 보조용언 ‘않다’를 넣어 ‘-지 않다’고 쓰곤 한다. 그런데 보조용언의 경우 앞말과 붙여 쓸 수도, 줄여 쓸 수도 있기 때문에 ‘가당찮다’ ‘심상찮다’와 같은 줄임 표현이 종종 쓰인다. 이런 규칙 때문에 ‘어줍다’에 ‘-지 않다’를 붙인 ‘어줍잖다’가 바른 표현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같잖다’ ‘하찮다’와 같이 줄어든 뒤 본래의 뜻이 바뀐 경우 별개의 낱말이 된다. 보통 앞말의 표기가 달라지진 않는데 ‘어쭙잖다’는 앞말의 표기까지 달라진 예외적인 경우다.
‘어줍다’와 ‘어쭙잖다’를 구분해 바르게 쓸 수 있다면 국어의 고수라 할 만하니 꼭 기억해 두자.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