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8년 전인 1988년 11월 9일 일해재단 청문회 때와 달라진 게 없었음을 총수들은 실토했다. GS그룹 회장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과 관련, “청와대의 요청을 기업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참 어렵다. 정부 요청을 기업이 거부하기 힘든 건 한국적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이날 청문회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된 날 삼성전자가 최순실의 독일 비덱스포츠로 37억원을 송금했다. 커넥션 의혹의 핵심인 그룹 미래전략실(옛 구조조정본부)을 해체할 거냐”고 묻자 “해체하겠다”고 답했다.
청문회 나온 기업 총수 9명
“대가 바라고 출연한 적 없어”
이재용 부회장에 질문 집중
“삼성, 전경련 탈퇴하겠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도 했다. 그는 “최순실의 존재를 언제 알았느냐”는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문화·스포츠 지원을 제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보니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서 정말 후회되고 창피한 일이 많았다”고 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그러나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대가성’은 부인했다. 최태원 회장은 “대가성이란 생각을 갖고 출연한 일이 없고 (출연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고, 롯데 신동빈 회장도 “어떤 대가를 기대해서 출연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어떤 경우에도 대가를 바라는 지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7일 최순실 국정 농단 2차 청문회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석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출석요구서 전달에 실패해 출석하지 않는다.
글=정효식·이지상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