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김경식씨 첫 개인 사진전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우리들의 눈 갤러리. 김경식(55)씨는 전시된 사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는 선천성 녹내장으로 13살 때부터 완전히 시력을 잃고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이날은 그가 사진작가로서 첫 번째 개인전인 ‘손등으로 느낀 빛, 그림자로 그린 세상’을 여는 날이다.
7년 전 입문 때 받은 디카 보물 1호
손등에 와닿는 온기로 빛 방향 잡아
“아픔 보듬는 따뜻한 사진 찍을 것”
김씨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2009년 사진을 처음 배울 때 선물 받아 지금까지 쓰고 있는 그의 보물 1호다. “상명대에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진 교실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찾아갔어요. 그때만 해도 자원봉사자가 가르쳐주는 대로 셔터만 누르는 수준이었죠.”
앞을 못 보는 대신 청각·후각·촉각 등 모든 감각을 곤두세웠다. “한참 동안 앉아 풀을 만지면서 냄새도 맡아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도 듣고…. 그렇게 모든 감각을 동원해 마음속에 하나의 이미지를 그리고 셔터를 눌렀죠.” 대부분의 사진이 접사(근접촬영)로 찍힌 것도 그런 이유다. 그는 항상 햇빛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손등에 느껴지는 온기로 빛의 방향을 잡고, 하늘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려가듯 찍었어요.”
3년째 그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박병혁 사진작가는 “처음에는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를 점점 사진으로 구현해 가는 모습을 보고 사진작가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난관도 많았다.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는 사진을 찍으려 풀밭으로 들어가는데 한 어르신이 위험하다며 말리기에 제가 사진을 찍을 거라 말했더니 황당하다는 듯 웃고 가시더라고요.” 그는 “시각의 예술로 불리는 사진을 감각의 예술, 도전의 예술로 바꾸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15일까지 열리는 사진전의 모든 수익을 시각장애인의 예술활동 지원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치고 잘 찍었네’라는 평가보다 사진작가로 인정받는 게 꿈”이라며 “앞으로도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는 따뜻한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