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10년 투자해야 겨우 원금이라니…

중앙일보

입력 2016.12.07 01:00

수정 2016.12.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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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씨는 오른 전세보증금을 내기 위해 변액종신보험을 해지했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5년간 납부한 보험료가 1000만원, 누적수익률이 20%인 점을 감안하면 12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환급금은 원금보다 18%(180만원) 적은 820만원에 그쳤다. 보험사에 항의했더니 “사업비·위험수수료·해지수수료 등을 공제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중도해지 시 손실이 날 가능성이 큰 변액보험의 특성을 모른 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례다. 이처럼 변액보험에 대한 불만 사항을 금융감독원에 민원으로 낸 가입자만 지난해 4200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변액보험의 단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장점을 부각해 판매한 보험사나 보험설계사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소비자가 변액보험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한 뒤 가입할 수 있도록 ‘알기 쉬운 변액보험’이라는 책자를 6일 발간했다. 책자는 전국 보험사·은행(방카슈랑스) 영업창구나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 등에 배포했다. 금융소비자 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가입 7년까지 10~30% 떼고 투자
적립금 2% 해지수수료 적용도
금감원에 불만 민원 작년만 4200명

이에 따르면 변액보험은 가입 7년째까지는 사업비·위험보험료를 뗀 나머지 금액을 펀드에 투자한다. 사업비는 설계사 수당이며, 위험보험료는 가입자가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미리 쌓는 충당금이다.
문제는 7년간 떼어가는 사업비·위험보험료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변액연금은 보험료의 10% , 변액종신은 보험료의 30% 수준이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70~90%만 펀드에 투자한다는 얘기다. 가입 7년째까지는 펀드 수익이 나더라도 원금을 회복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올해 3월 기준으로 가입 7년 뒤 해지 시 원금 대비 평균환급률은 변액종신 79.3%, 변액연금 90.7%에 그친다. 조남경 금감원 보험상품감리1팀장은 “펀드수익률이 연 3% 난다면 10년은 투자해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투자기간 10년 미만으로 목돈을 모으길 원한다면 변액보험보다는 일반 주식형·채권형펀드에 투자하는 게 낫다. 일반 펀드는 연 1% 안팎의 운용·판매보수만 뗄 뿐 변액보험처럼 사업비나 위험보험료를 공제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펀드는 가입 후 90일까지만 환매수수료가 있지만 변액보험은 가입 7년 이내에 해지하면 적립금의 2% 가량을 해지수수료로 뗀다. 가입 7년이 지난다고 해서 변액보험의 수수료가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다. 펀드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매년 적립금의 0.5% 가량을 운용보수로 차감한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투자하면 펀드보다 변액보험의 장점이 커진다. 대표적인 게 중도해지 않고 계약을 유지하면 원금을 보장하는 최저보증제도다. 변액종신의 경우 가입자 사망 시 펀드수익률이 마이너스더라도 그간 낸 누적보험료를 수익자(유족)에게 일시금으로 준다. 변액연금도 마찬가지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더라도 연금 개시 시기부터 누적보험료를 ‘n분의 1’로 나눠 가입자에게 돌려준다. 또 변액연금과 변액유니버셜은 급전이 필요할 땐 중도인출을 할 수 있고, 10년 이상 가입할 때는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있다. 조남경 팀장은 “변액보험은 중도해지하면 손실이 크지만 계약을 끝까지 유지하면 혜택이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