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지연되면서 민심의 분노가 야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볼썽사나운 친박과 비박 다툼이 한창인 새누리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탄핵을 앞두고 우왕좌왕하는 야권을 보는 국민 불만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각종 집회 현장에선 “탄핵을 지체시킬 경우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어 국정의 주도권을 쥐게 해 준 야당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경고가 들린다.
시민들은 촛불집회에 나타난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것조차 거부하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결국 사회자가 단상 앞에 앉아 있던 문 전 대표를 일으켜 세웠다. 문 전 대표는 2분이 아니라 단 몇 마디밖에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 2일 야 3당이 약속했던 탄핵 의결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 탄핵안을 9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죄 발언이 전부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역시 이날 대전시 둔산동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자유발언’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시민들의 행사에 정치인이 발언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안 지사는 결국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집회 현장에서 유력 정치인들까지 따돌림 당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 국민의 걱정을 덜어줄 시국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당리당략에 매몰돼 허둥대고 있다고 국민이 여기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촛불집회를 이끌어온 최영태 전남대(사학과) 교수는 “이제라도 정치권이 박 대통령 탄핵은 물론이고 그 이후의 국정 수습 방안까지 제대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경 호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