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9일→5일→?…종일 오락가락한 야권 탄핵 택일

중앙일보

입력 2016.12.02 02:27

수정 2016.12.02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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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 발의 시기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야 3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했다. 왼쪽부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 우상조 기자]

야권의 탄핵열차가 하루 종일 덜컹거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을 밀어붙이는 쪽으로 과속페달을 밟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급제동을 걸고 9일로 후진시켰다. 그러다 국민의당이 다시 5일로 앞당기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가 다시 2일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물러섰다.

야3당 회동서 ‘2일 처리’ 불발 뒤
국민의당도 내분 ‘5일 절충안’ 내
민주당 “수용”→“오늘 최종 결정

이날 야권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일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긴급 회동해 박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와 내년 1월 퇴진을 주장했다. 추 대표는 회동에서 “2일 탄핵안을 가결시키면 (헌법재판소가 60일 안에 심리를 마쳐) 내년 1월까지 박 대통령이 물러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동에선 취재진 카메라에 잡힌 ‘김무성 메모’를 두고 논란도 벌어졌다. 회동 중 김 전 대표가 메모한 A4 용지의 윗부분에는 ‘탄핵 합의’ ‘총리 추천’ ‘1월 말 헌재 판결’ ‘행(정)상 책임(형사 X)’ ‘1월 말 사퇴’ 등 추 대표의 요구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를 두고 추 대표가 김 전 대표에게 ‘박 대통령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조건으로 1월 말 사퇴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추 대표는 헌재가 판단하는 탄핵에서는 형사책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심리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면 60일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1월 퇴진은 곧 3월 조기 대선을 의미한다. 새누리당은 추 대표의 이런 주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견제하고,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한 포석이라고 의심했다. 결국 김 전 대표가 추 대표의 탄핵 표결 제안을 거절하면서 두 사람의 회동은 성과 없이 끝났다.

오전 김 전 대표와의 탄핵안 표결 합의에 실패한 민주당은 오후 의원총회에서 ‘즉각적인 탄핵안 발의와 2일 표결’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엔 국민의당이 반발했다. 국민의당은 의총에서 ‘2일 표결 불가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오후 열린 야 3당 대표 회담에서도 추 대표는 “9일에 표결을 해도 새누리당 비박계는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며 2일 탄핵 표결 처리를 밀어붙였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9일을 고집했다. 그랬던 국민의당이 다시 우왕좌왕하며 입장을 바꿨다.

야 3당 대표 회동이 불발로 끝난 뒤 저녁에 소집된 의총에서 안철수·정동영 의원 등의 주도로 9일 탄핵안 처리 일정을 뒤집었다. 국민의당이 2일 탄핵안 처리에 미온적이라는 여론이 온라인 등에 확산되자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오늘 하루 종일 의원들의 휴대전화로 탄핵안 표결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가 쇄도했고, 결국 버티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2일 본회의에 탄핵안을 보고하고 5일 처리하는 중재안을 당론으로 확정해 민주당과 정의당에 제안했다. 민주당은 “5일 본회의 일정을 위해서는 여야 협의가 필요한 만큼 2일 지도부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글=유성운·안효성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