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뮤비 천재’ 바니아 하이만
“모두 기존에 존재하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컨셉트에요. 밥 딜런 뮤직비디오는 지루하거나 심심할 때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듯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한 것이고, 씨 로 그린은 필요할 때마다 검색을 하는 굉장히 직관적인 상호작용을 해 본 거죠. 키즈 앤 크레이츠 뮤직비디오는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특별한 상호작용이 뭘까 생각해봤어요. 사진을 업로드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스크롤을 내려서 게시물을 보는 SNS의 주된 행동에 위치기반 서비스도 결합했죠.”
영상 크기 다르게 결합해 마법 느낌
콜드플레이 ‘업&업’ 1억뷰 넘어
밥 딜런 뮤비는 TV 채널 돌리듯
이용자가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오래된 잡지 같은 걸 오려서 콜라쥬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런 콜라쥬를 영상으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각각의 장면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점에서도 콜라주구요.”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움직임이 서로 일치하게 하는 게 어려웠죠. 난민선이 욕조에 떠있는 장면을 예로 들면 공중에 찍은 기존 영상(난민선)을 구입해서 3D트래킹으로 데이터를 얻고, 모션콘트롤 카메라로 영상(욕조)을 찍어 결합했어요. 조명과 각도도 일치하게 하고. 장면마다 서로 다른 기술이 필요했어요.” 더구나 ‘업&업’은 4분 남짓한 길이의 영상임에도 장면이 90개나 되는 대규모 작업이었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스타의, 그래서 제작비 넉넉한 뮤직비디오에만 그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건 아니다. 친구인 이스라엘 가수의 뮤직비디오 ‘마요케로’(2014)는 여러 팝송 명반의 표지에 실린 가수들이 실제 노래를 하는 듯한 흥미로운 영상을 친구·여동생을 동원해 초저예산으로 만들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원천을 묻자 그는 “스트레스”라고 답했다. “마감시한이 있다는 스트레스죠. 내일까지 마감이면 아이디어를 제출해야 한다는. 저는 머리를 비우러 휴가를 가면 정말 머리가 비워진 상태가 되요.”
첫 한국방문 소감으로는 다시 ‘상호작용’얘기를 꺼냈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다른게 흥미로워요. 프랑스 출신인 제 부모님은 입을 맞추고, 이스라엘에서는 보통 포옹을 하는데, 여기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죠.” 한국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많이 봤다”며 “영감을 주는 작품도, 아닌 작품도 있다”고 했다.
“새로운 곳에 가면 뭔가 다른 걸 보고 싶은데 전세계적으로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비슷하거든요. 그 와중에 다른 면을 찾아내는 게 흥미롭죠.”
그는 무엇보다 독창성, 자신만의 목소리를 거듭 강조했다. “큰 도전에 성공하면 특별한 걸 만들 수 있죠. 도전하지 않으면 이미 (남들이) 수백만번 했봤던 것에 그치는 거죠.”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