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감독과 박 감독의 인연을 살펴보면 이렇다. 몇몇 단편으로 주목받아 온 이경미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2005) 스크립터를 거친 후 2008년 ‘미쓰 홍당무’로 장편 데뷔했다. 이계벽 감독은 ‘복수의 나의 것’(2002) 연출부와 ‘올드보이’(2003) 조연출로 일하며 경험을 쌓은 뒤 ‘야수와 미녀’(2005)를 통해 감독 데뷔했다. 엄태화 감독은 ‘쓰리, 몬스터’(2004, 박찬욱·프룻 첸·미이케 다카시 감독) 조연출, ‘친절한 금자씨’ 연출부, ‘파란만장’(2011,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조연출을 거쳤다. 석민우 감독은 ‘박쥐’(2009)의 조감독을 거쳤다.
한 감독 밑에서 배운 창작자들이 한 해에 작품을 연이어 내놓는 것은 보기 드문 일. 박 감독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럭키’ 개봉 당시 만난 이계벽 감독의 말에서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박 감독님 영화의 조감독 출신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영화를 정말 많이 본다는 거죠. 박 감독님이 영화를 엄청 보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같이 일하다 보면 영화광이 될 수밖에 없어요. 내 성향과 다른 작품들도 다양하게 접하며 성장하는 거죠.” 엄 감독 또한 박 감독의 현장에서 “태도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미 충분히 ‘거장’임에도,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는 얘기다. 이들에 대한 박 감독의 애정도 크다. 제자들의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돕는다. ‘비밀은 없다’에는 공동 각본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얼마 전 ‘가려진 시간’을 보고 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살인 사건이 나오지 않는데도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없었다.” 이쯤 되면 박 감독도 ‘제자 바보’가 아닐 수 없다. 그래. 박찬욱 사단,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