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학계를 떠난 지 10년 이상씩 된 원로 교수가 많다는 점이다. 대표 집필진인 신형식·박용운 명예교수 등은 모두 70대의 고령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원로 사학자는 “죄다 은퇴한 분들만 불러다 놔서 후배들이 공격을 못하게 해놨다”며 “젊은 학자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원로 위주로 필진이 구성됐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31명 집필진은
식민지 근대화론 교수도 참여
보수 일색 채워져 우편향 지적
역사학자 대신 정치·경제·법학 전공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특히 나 교수와 김명섭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건국사관(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주장)’을 표방하는 한국현대사학회 참여자로 현대 정치사를 주로 집필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해 온 김낙년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은 현대 경제사를 담당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통자문위의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어 ‘관변’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유 교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SNS에 “최순실 파문으로 국가가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대통령님 곁에 책임지는 측근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사면초가’인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할 때입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현대사에서 역사학자의 공백과 현대 정치·경제사 학자의 참여는 결국 교과서 집필진 구성이 우편향돼 있다는 비판의 빌미가 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역사학과 교수는 “집필진이 보수 일색으로 채워져 있고 학계에서 외골수로 통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현대사로 내려올수록 역사학계와 사회과학계열 사이의 학제 간 연구가 깊어져야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개되지 않은 편찬심의위원 16명의 명단은 내년 1월 최종본과 함께 공개된다. 이들은 교과서 최종본에 대한 심의·수정 업무를 담당한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