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받은 전·현직 대통령의 변호사들
유 변호사는 지난 4·13 총선 공천에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서울 송파을에 단수 추천을 받으며 숨은 ‘진박’(진짜 친박)으로 지목받은 인물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변호인까지 맡으면서 진박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요즘 변호사가 2만 명이나 되는데 굳이 진박으로 불리는 인물을 선임해 불필요한 오해까지 받을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두환 변론, 사정수석 출신 이양우
철벽 변호…부장검사가 “잘한다” 찬사
노태우 변론, 민정수석 지낸 한영석
“수사기록 안 보여줘” 언론에 호소
노무현 변론, 비서실장 역임 문재인
“예의 안 지켜” 우병우 중수1과장 비판
박근혜 변론 ‘숨은 진박’ 유영하
“대통령도 사생활” 발언해 여론 뭇매
역대 대통령도 정치적 위기에 몰리면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다. 전·현직 대통령 관련 사건은 대기업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보다도 더욱 큰 주목을 받지만 수임료는 이에 비하면 형편없다는 게 변호사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래저래 나서는 변호사가 없어 과거 대통령들도 주로 자신의 재직 시절 핵심 참모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2003년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산 추징 과정에서 ‘29만원이 나의 전 재산’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도 대변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 변호사는 “실제 재산 총액이 8억8000만원인데, 예금·채권의 합인 29만1000원 부분만 전 재산인 것처럼 과장 보도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사무실 운영을 접고 은퇴한 상태다. 그는 최근 통화에서 “현업을 떠난 지 오래된 사람에게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느냐”고만 했다.
그때 문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맞닥뜨린 검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다. 문 전 대표는 2011년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 『운명』에서 우 전 수석을 ‘중수1과장’으로만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무 증거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박연차 회장과) 대질을 시키겠다는 검찰의 발상 자체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는 표현으로 우 전 수석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처럼 과거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수사·재판 중엔 정치적 표현을 최대한 삼갔다. 노련한 방식으로 여론을 다독였고 법적으로 대통령을 옹호했다. 하지만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20일 검찰의 최순실씨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에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법정에서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고 말 그야말로 사상누각(沙上樓閣)”이란 말로 비판했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정준길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위해 법률적 반박을 하는 게 아니라 정무적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과거 대통령 변호인들이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식의 대응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이 일반인들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린턴 ‘르윈스키 스캔들’ 변호인 켄들, 힐러리 e메일 사건도 맡아
클린턴이 아칸소주지사 재임 당시(79~92년) 친구와 공동 운영한 부동산 개발 회사 화이트워터와 관련해 은행에 압력을 넣어 대출금을 과도하게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자 켄들이 변호인으로 선임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특검으로 이어져 ‘르윈스키 성추문 스캔들’로 번졌고, 켄들은 계속 변호인으로 클린턴을 감쌌다. 수사 정보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켄들은 “또다시 불법적이고 당파적인 의도로 수사상 기밀을 누설했다”며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를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클린턴은 화이트워터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았고, 르윈스키 사건으로 빚어진 의회의 탄핵안도 부결되면서 정치적 위기를 넘겼다.
켄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변호인 역할도 수행해 사상 첫 부부 대통령의 변호사가 될 뻔했다. 힐러리는 지난 대선 때 국무장관 재임 중(2009~2013) 공식 메일 외에 사설 e메일 서버를 이용해 국가기밀을 다룬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는데, 이 사건의 변호인도 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