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보군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총 네 차례의 입시(모의고사)에서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문제는 언어였다. 문맥을 파악해 문제의 뜻을 이해하는 독해력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아라이 노리코(新井紀子) NII 교수는 “도로보군의 장점과 한계가 파악됐다”며 “앞으로 도쿄대 합격이라는 목표 대신 수학 등 도로보군이 잘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찾아라”
4차 산업혁명 전문가 3인의 전망… 변화 적응력과 코딩능력 길러야
프레이 교수는 AI나 로봇의 등장에 낙관적인 입장이다. 그는 “1930년대 제조업·광산업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일자리는 현재 자동화된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며 기술적인 실업보다 기술 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이 교수는 “대인관계를 통해 상호협력을 이끌어내는 직업,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창의성은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순히 피자를 파는 로봇은 생길 수 있지만 사람들을 설득해 피자를 사게 하는 세일즈맨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그가 내놓은 예측·분석은 모두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에서 연구한 보고서(일자리의 미래, 2013년)에서 나왔다. 이 보고서는 미 대통령경제보고서,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많은 국제기구에서 인용됐다. 그는 “이 보고서는 ‘현재 미국 내 702가지 직업이 컴퓨터 발전에 얼마나 민감하게 변화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남다른 질문을 던질 줄아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AI는 스스로 조건을 만들지 못한다. 창의력을 이용해 질문을 던지고 AI에게 답을 찾게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프레이 교수는 “업종과 관계없이 전 세계 많은 기업과 정치 리더들은 나에게 AI가 바꿀 세상에 대해 온갖 질문을 던진다”며 “그들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스틴 우드 WEF 아시아 총괄 국장에게도 AI가 넘보지 못할 직업을 물었다. 우드 국장은 “가수나 배우처럼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쉽게 AI가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며 “로봇이 TV에 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소비하는 인간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이미 일본에서는 AI가 문학상 공모전에서 1차 예선을 통과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개발한 AI가 그려낸 렘브란트 화풍의 그림은 9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그는 “입력된 자료를 가지고 짜깁기를 한 작품을 창작으로 볼 것인지, 예술로 볼 것인지 역시 인간의 판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 AI를 대비하는 기술로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과 ‘코딩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수나 배우를 AI가 쉽게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는 언젠가는 AI가 가수나 배우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미래에는 유망한 일자리나 좋은 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고용환경 때문에 인간은 10년마다 직업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한 우드 국장은 AI가 변화시킬 산업보다는 AI가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를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강조했다. 변화 속도가 빠르면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속도가 더디면 점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발전해 앞으로 자동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면 우리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드 국장은 “코딩능력은 컴퓨터의 발전 속도에 맞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무지하면 변화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 받아들이는 태도와 AI 활용하는 실행력 중요
[박스기사] 2020년에 가장 중요할 10가지 업무 능력
-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이고 깊게 교감·교류하는 능력
- 참신하고 적응할 수 있는 사고(Novel and Adaptive Thinking): 기계적이고 틀에 박힌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 다문화역량(Cross-cultural Competency): 문화적 차이를 가진 타인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정답이 없어도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고 데이터에 숨어 있는 추상적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
- 뉴미디어 리터러시(New Media Literacy): 뉴미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주체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
- 초학문적 능력(Transdisciplinary):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이해하는 능력
- 디자인 마인드셋(Design Mindset): 요구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적절한 업무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표현하는 능력
- 인지적 부하 관리(Cognitive Load Management): 중요도에 따라 정보를 판별하고 걸러내는 능력
- 가상 협력(Virtual Collaboration): 가상 팀의 멤버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참여를 끌어내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