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8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세수 관련 법률안을 ‘세입 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면 해당 법안은 여야 합의가 없어도 12월 1일에는 예산안과 함께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고, 야당 단독으로 표결 처리할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의 표만으로도 법인세율 인상안이 통과될 수 있단 얘기다. 이러면 이명박 정부 때 내린 법인세율(최고 세율 25%→22%)이 원위치 된다.
야당 22 → 25% 인상 밀어붙일 가능성
“기업 경쟁력 악영향, 투자에도 찬물”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이익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진단한다. 당장 세 부담이 늘어날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현실화 등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우는 아이 뺨치는 격’이란 얘기다. 이미 올 1~9월 법인세는 전년 동기 대비 7조7000억원 더 걷혔다. 주요 세목 중 가장 많이 늘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내외 악재가 겹쳐 기업 환경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오히려 법인세율을 내려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주요국의 경쟁적인 법인세율 인하 릴레이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35%인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15%로 대폭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영국은 20%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년부터 매년 1%포인트씩 떨어뜨려 2020년 17%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주요국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내리는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한국 기업이 경쟁에서 뒤처지고 기업들이 한국에서 빠져나가게 돼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소득세율 인상도 밀어붙일 태세다. 현재 최고 소득세율 38%를 적용받는 대상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상 연소득 1억5000만원 초과자다. 더민주는 5억원 초과에 대해 새 구간을 만들어 41%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에 41%, ‘10억원 초과’는 45%까지 세율을 높이자고 한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섣부른 증세보단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 마련이 급선무라고 진단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입 범위 내에서 세출이 이뤄지도록 하면서 재정 지출을 효율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세율을 올리더라도 증세에 따른 재원을 일자리 창출 등에 쓰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